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이정하 시집/ 마음사회 (펴냄)
현대시를 읽으며 종종 느끼는 거리감이 있다. 정교하고 흥미롭지만 금방 잊히는 시어들... 시가 머리에서 끝나고 가슴까지 내려오지 못할 때,
조용히 책을 덥게 된다.
시집의 재출간은 참으로 반갑다. 감정을 숨기지 않는 시어들. 사랑에 실망하고 이별의 아픈 마음, 상처 입은 마음을 꾸미지 않은 채로 내어놓는다.
어려운 시어로 해석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느끼고 함께 한다는 작은 위로를 건내준다.
그럼에도 다른 방법으로 굳이 사랑을 권하지도 않는다. 대신 사랑을 건너온 사람에게 어깨를 내주는 느낌. 세상에 이별은 너혼자만의 감정이 아니라고, 누구든 겪지만 물론 내게 특별하지만 마치 혼자의 아픔이 아니라는 듯이... 이정하의 시를 읽을 때 감동보다는 안도감이 먼저온다.
그가 선택한 시어들을 살펴보면
허수아비, 찔레꽃, 간이역, 풍장, 홀씨, 톱밥 난로... 잘 살펴보면 아날로그 감성이다. 이정하가 선택한 말들은 예쁘려고 존재하는 단어들이 아니다.
대부분 쓰이고 남은 것들, 혹은 곁으로 밀려난 것들이다. 허수아비는 보호하지만 움직이지 못하고 찔레꽃은 아프게 찌르면서도 들판에 남아 있고
간이역은 도착보다 기다림에 가까운 단어다. 톱밥 난로는 어떤가? 따뜻하지만 번듯하지 않다. 이정하가 사용한 시어들은 사랑의 화려한 순간이 아니라 사랑이 끝난 뒤에도 남아 있는 감정의 상태를 닮아 있다. 그래서 진부해 보이지만, 감정적으로는 쉽게 닳지 않는다.
아날로그라서가 아니라 속도가 주는 여운이 있어서 사랑받는 것은 아닐까 싶다.
첨단과학의 시대 시집의 재출간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우리가 다시 시집을 찾게 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야기는 점점 더 빠르고 영리해지는데, 마음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무언가를 설명하는 언어는 넘쳐나지만, 감정을 대신 울어줄 언어는 오히려 부족한 시대가 아닌가?
그래서 사람들은 새로움보다 오래 남는 문장을 찾는다. 이정하의 시가 다시 손에 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