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달빛요정의 서가
  • 엄마만 남은 김미자
  • 김중미
  • 17,100원 (10%950)
  • 2025-11-28
  • : 5,210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김중미 에세이/ 사계절 (펴냄)









내겐 가난의 편에 선 작가, 존경하는 분이다. 나도 이런 작가가 되고 싶다. 약자들의 목소리, 잊히고 삭제된 목소리를 쓰는 작가.

《괭이부리말 아이들》, 《느티나무 수호대》,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의 작가, 우리 지역의 도서관에 작가와의 만남으로 오신 적이 있었다. 그날 급하게 일정 다 미루고 달려가서 만났던 추억이 있다.


김중미 작가의 글을 오래 읽어온 독자라면, 『엄마만 남은 김미자』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처음에는 소설인 줄 알았다. 김중미 작가는 늘 공동체의 이야기, 아이들과 이웃의 삶을 써온 작가이기에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이다. 이런 분이 자신의 가족, 그것도 ‘엄마’라는 가장 사적인 존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은 의의가 있다. 그러나 몇 장만 넘기며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방향을 바꾼 것이 아니라, 김중미라는 세계의 가장 깊은 원천으로 내려간 기록이라는 것을.



책은 인지장애를 앓는 엄마 김미자를 돌보는 현재에서 출발한다. 모든 기억이 사라져 가는 와중에도 ‘엄마라는 감각’만은 남아 있는 존재를 마주하며, 작가는 처음으로 ‘엄마 이전의 김미자’를 묻는다. 그 질문은 곧 가난, 이주, 노동, 고립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구조 속으로 이어진다. 이 책에서 가난은 미화되지 않으며 감정적으로 소비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가난 그 자체보다, 가난이 사람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지에 대한 냉정한 관찰이 이어진다. 이런 관점은 최근 읽는 대작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서도 느꼈던 사유이다.



동두천, 만석동, 송림동 산동네로 이어지는 삶의 경로는 김중미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지도 같다. 이웃이 있었던 골목, 사람들이 머물던 툇마루, 시장에서 겨우 이어지던 관계들. 엄마가 거북 시장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야 했던 이유는, 인간에게 관계가 얼마나 절실한 생존 조건인지를 말해준다. 작가가 평생 공동체를 떠나지 못한 이유 역시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인상적인 장면은 엄마 세대, 그 위의 여성들에 대한 시선이다. 신여성이 되고 싶었던 외할머니, 민며느리로 팔려왔지만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내주던 친할머니, 그리고 엄마 김미자. 이 여성들은 이름보다 역할로 불렸던 시대. 개인의 욕망보다 가족의 생존을 먼저 떠안았던 사람들이다. 작가는 그들의 삶을 ‘희생’이라는 단어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이 몸으로 체득한 윤리, 부족해도 나누며 살아온 감각이 어떻게 다음 세대로 전해졌는지를 보여준다.



김중미 작가가 40여 년간 이어온 빈민운동과 공부방 활동은 이 책에서 거창한 신념이 아니라 생활의 연장선으로 자리한다. 공부방 불이 꺼지지 않기를 바랐던 아이들의 말, 그 불을 켜두겠다는 작가의 다짐은 ‘돌봄’이 제도 이전에 신뢰의 문제임을 일깨운다. 이 에세이는 사회운동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한 딸이 엄마에게 늦게 건네는 이해의 시간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제도란 무엇인가? 제도 이전에 사람이 먼저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김중미 작가의 세계를 좋아해온 나 같은 독자에게는 특히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왜 이 작가는 늘 낮은 곳을 향했는지, 왜 관계를 포기하지 않았는지, 왜 말보다 삶으로 증명하려 했는지. 그 모든 질문의 답이 이 책에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의 엄마, 가족, 그리고 내가 서 있는 자리의 방향을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고백이지만 회고에 머물지 않고, 가족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사회의 기억을 다시 불러오는 기록이다. 김중미라는 이름이 어떤 삶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알고 싶은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추천 또 추천합니다







#김중미

#존경하는작가님

#엄마만남은김미자

#사계절

#에세이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