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연여름 지음/ kt밀리의서재
그 먼 미래에도 연대의 힘이란 여전히 유효하다. 원하는 신체부위를 강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미래, 인핸서와 오가닉이라는 존재들...
전작인 《부적격자의 차트》가 주는 서늘한 느낌이 여전히 이어지는 듯 했다.
몸이 약한 화가 소카, 그리고 이 집의 고용인. 그는 처음엔 생계를 위한 일로만 생각하지만 한 달쯤 지나는 동안 집 안의 특유의 염수 냄새, 아틀리에의 물감 냄새, 수면 위에서 춤추는 빛 같은 소카의 세계에 조금씩 스며드는데....
인용된 장면에서 빛의 그물은 뭘까 생각해봤다. 뤽셀레에게는 잃어버린 색의 세계를 대신하는 유일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그것은 동시에 소카의 예술 세계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기도 하다.
소설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오히려 소카.... 폐질환 때문에 산소 헬멧을 벗고 나가면 고통, 더 나아가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그는 실제 세계 대신 꿈에서 보고 온 풍경을 그림으로 그리는데 소카가 그리는 환상의 만화경 같은 작품들은 그가 실제로는 갈 수 없는 바깥, 그 대신 꿈에서 다녀온 세계의 기록이라서 아득하면서도 아름다웠다.
둘 다 불완전함 때문에 갇힌 사람,
그래서 자꾸 잃어버린 시절로 돌아가려 하는데, 마치 최근의 내 모습을 보는 듯했다. 뤽셀레가 자신의 아픔을 지우고 도망치듯 살아온 반면, 자신의 아픔을 캔버스에 남기는 소카. 각자 다른 방식을 자신에게 새겨진 아픔을 드러내는 모습이 안타까웠고 또 감동이다. 우린 다들 그렇게 사는 거 아닐까 생각하면서..
이 소설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인간은 신체의 일부를 기계로 자유롭게 강화할 수 있는 “인핸서”와, 태생 그대로의 몸을 유지하는 “오가닉”으로 나뉜다. 예술가(화가, 음악가 등)는 반드시 오가닉이어야만 '진짜 예술가'로 인정받는다는 설정을 가만 살펴보다가 전작인 부적격자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부적격자의 차트는 인간 존재의 최소 생존을 위해 ‘꿈, 감정, 상상, 허구’를 제거한 극단적인 디스토피아적 미래배경이었다. 반면 불과 1년 뒤 신작 빛의 조각들은 신체 기술의 진보가 일반화된 사회에서, ‘인간성·예술성’과 ‘신체의 완전성’을 둘러싼 윤리·정체성의 문제를 다루는 SF 소설이다. 연여름 작가의 작품을 정말 좋아한다.
작가의 말에서 '조각'이 가진 힘이라는 말은 이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제 각각 빛나는 존재들이 그 가치를 스스로의 기준으로 다시 찾는 과정이 눈물겹다. 매 소설마다 다른 행성, 다른 시공간에서 연여름은 같은 주제를 말하고 있다. SF덕후라면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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