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에드거 엘런 포/ 문학동네 (펴냄)
에드거 엘런 포 선생님의 작품을 화가 아구스틴 코모토 작가가 그림으로 작업한 화보집 느낌의 책이다. 문학동네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시리즈다. 이것은 마치 오래된 죽음의 기운이 배어 있는 저택의 문을 스스로 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 하나의 고딕 걸작을 만나며 존경하는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또 정서적으로도 훨씬 친밀하게 와닿는 계기가 된 책이다. 표지 보자마자 에드거 앨런 포스럽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다^^

이 책에서 포는
심장이 ‘얼어붙고’, ‘내려앉고’, ‘뒤틀리는’ 이런 단어를 쓰는데 이는 단순한 신체 감각이 아니라 정신의 질서를 지탱하는 기둥이 무너지는 감각을 묘사하는 느낌이다. 도망쳐도, 회피해도 결국 본래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들 인간의 운명에 대한 포만의 암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포이 작품을 들여다보면 소설 《검은 고양이》에서도 그랬듯이 겲코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내 안의 악의 본성을 떠올리게 된다. 물론 유쾌하지만은 않다 ㅎ
내가 꺼리는 것은 위험 자체가 아니야. 다만 그것이 동반하는 절대적인 결과 공포지... p 30
번역의 힘인가! 어떻게 이런 섬세한 문장으로 공포를 소개하는지 놀랍다.
포 특유의 문장 리듬과 암시가 원문처럼 살아 있는 책을 사랑하는 독자. 감정의 ‘색’을 시각화한 일러스트가 공포를 한층 더 확장시켜주는 책이다. 우리는 소설로만 포의 작품을 만나다가 이렇게 일러스트를 섞으면 마치 포의 세계를 다시 체험하는 느낌이랄까. 그림이 어찌 보면 괴기스럽고 어찌 보면 내 안의 내면을 그대로 비추는 느낌이라 불편하면서도 매혹적이다.

포는 등장인물의 정신을 ‘어둠을 방출하는 마음’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단순한 병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서 스스로 어둠을 생산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포의 문장이 뛰어난 이유는 광기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가진, 본인만의 내재된 속성으로 묘사한다는 점인데 이는 오늘날의 작가들조차 표현해 내기 어려운, 세련된 면모라고 생각한다.
기존 포를 사랑하는 독자에게도 그의 작품을 처음 마주하는 독자에게도 만족시켜줄 수 있는 소장 가치 높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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