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피콕/ 들녘 (펴냄)
표지부터 아름다운 이 책, 앞면과 뒷면이 다 예쁘다!!! 저자의 소개 글을 보면 서양 복식 발달사의 주요 흐름을 알기 쉽게 보여주기 위해 집필된 책이다!!! 물론 검색으로 당대 복식을 서술할 수 있겠지만 좀 더 디테일하고 사실에 가까운 복식을 찾아보기에 '책'만큼 좋은 물성이 또 있을까? 서재에 꽂아두고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점!!! 혹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날 넘겨만 봐도 좋을 책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20세기 후반 서유럽과 미국에 이르기까지, 서양 복식의 방대한 역사를 한 권에 담았다. 도판과 그 해설이 번갈아 서술된다.
시대상에 대한 설명과 그림이라 리뷰로 옮기는 것은 책을 넘겨 보는 것에 비해 쉽지 않다ㅎㅎ 대신 창작자의 관점에서 “이 책이 어떤 영감을 주는지”, “일러스트를 보는 경험이 어떻게 글쓰기·상상력·창작 과정에 닿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어떨까?!!!!!

1,000여 개의 정교한 컬러 일러스트는 각 시대별 복식 변천사+ 계급별 복식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의복의 소재, 재단 방식, 패턴까지 세밀하게 설명해 준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살펴보면 각 인물의 표정까지도 마치 그 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느낌이 들 정도다^^ 천의 결, 옷깃의 곡선, 단추의 반짝임을 통해 쓰고 싶은 글감이 떠오른다^^ 풍성한 스커트 자락은 왕실의 은밀한 음모를 떠올리게 하고, 군복의 단단한 장식은 권력의 생생한 긴장감을 전해준다. 작은 깃털 하나에도 당시 사람들의 꿈과 허영, 두려움이 스며 있는 듯하다.
이 책은 세밀한 텍스트 설명 보다, 이미지 자체가 살아 있는 기록이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말이 부족할수록 보는 이의 내면은 더욱 풍부하게 사유의 시간을 주곤 한다.
책은 시대순으로 전개되어 시간 여행하는 기분인데 내가 가장 좋았던 시대는 언제일까?
한참 고민해 본다. 현대로 가까워지면서 색감이 좀 더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만약 머무를 수 있다면 존경하는 대작가들의 시대 1800년대 중반에서 1900년대 초반 어디쯤^^
덧: 문학 강의를 듣던 중에 교수님이 들녘의 문학 라인, 들녘의 책을 언급하셔서 무척 반가운 마음이었다^^
작가에게는 설정 자료집이자 무대의 도면이고, 독자에게는 잃어버린 시간 여행의 느낌을 준다.
페이지를 넘기며 시간 디자이너가 된 듯하다. 아름다운 색감은 결국 나를 글로, 이야기로 이끈다.
이 글을 읽는 당신! 이제 상상력이라는 거대한 옷장을 열 차례다
#서양코스튬연대기, #존피콕, #들녘,
#감성책, #창작자를위한책,
#창작자관점의일기, #의상디자이너,
#서양패션역사, #크리에이터스라이브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