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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위한 마음
이주란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1월







  장편을 읽게 되면 리뷰 쓸 거리가 많아서 무조건 소감을 주르르 남기게 된다. 한데 단편모음집이나  한두 편의 단편을 읽고나면 쓸 거리를 별로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그냥 넘어갈 때도 많다. 이 책도 그랬다. 사실 몇달 전에 읽었는데 그때에는 리뷰 쓸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 이 작가의 문체가 대부분 현재 진행되는 사건이기보다 어떤 일이 지난간 후의 일상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보니 굉장히 잔잔하게 흘러간다. 그래서 쉽게 쓴다는 인상이 들었었다.  

  한데 어제 오늘에 걸쳐 다시 세 편의 단편을 읽어보았다. 내가 느끼지 못했던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아서였다. 정말 아무나 작가가 되고 책을 내는 것은 아닐텐데,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지 않나 궁금해서였다. 그런데 내 의문과 궁금함이  풀렸다. 

  이주란 작가는 편하고 일상적인 단어로  슬슬 이야기를 풀어낸다. 특별하거나 기이한 것을 소재로 삼지 않는다. 그런데 읽어가면서 차츰 차분하게 물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봄햇살 같기도 하고 여름의 이슬비 같기도 한, 열정적이거나 놀라운 일로 독자를 사로잡기보다는 그냥 읽다보면 어느새 사소한 일상이 나름의 의미있는 시절로 바뀌어 간다. 작가마다 색깔이 있다고 하는데 여린 노란색이거나 연한 연두색쯤 되는 빛깔이 어울릴 법한 작품들이 이어진다.


한 사람을 위한 마음

  죽은 언니의 딸(조카)과 어머니와 나(이모)가 살아가는 이야기. 조카 송이는 아이답지만 조금 어른스럽고 나는 어머니와 조카에게 책임감을 느끼지만 그것이 부담스럽지만은 않다. 어버이날에 송이는 죽은 언니의 사진 앞에 카네이션을 놓고 세 여자가 운다. 

  죽은 언니를 그리워지만 어둡기보다 따스하고 밝은 햇살이 이미지로 다가오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였다. 


넌 쉽게 말했지만 

 서울에서 업무에 시달리며 자신을 잃어버렸던 시간을 뒤로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나는 어머니와 둘이서 산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아파트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친구와 1박2일 여행을 하고, 남이 아닌 자신과 살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주인공의 평범하면서도 절박하고 진솔한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사라진 것들 그리고 사라질 것들

 얼마나 재미있고 유머스러운지,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 십분 공감이 되었다. 중간에 엄청, 소리나게 낄낄낄 웃었다. 165쪽이 특히 그런데, 조지영이" 여러 경우에 이렇게 생각하면 좀 편했다." 아래에 그 여러 경우가 나온다. 그 중. 

  "3. 운동을 하기 싫은데 해야 할 때는 '나는 김연아다' (이것도 연기의 일종이었다.) 4. 어떤 식으로든 이별을 하거나 친구들과 멀어지는 것 같으면 '그 사람은 죽었다.'(다른 설명이 필요 없음.)" 재미있는 걸 지나치지 못하는 나는 여기서 자지러졌다. 

  참 좋은 작가다. 나는 유머가 있고 조크가 있고 개그를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조지영의 조금은 어리석고 너무나 인간적인 면에 마음이 짠했고 그 엉뚱해보이는 특이함이 이해돼서 마음이 아팠다. 세상을 견디기 힘든, 심약하고 솔직하고, 자신을 위장하는 게 괴로웠던 조지영은 그래서 죽었다. 그 조지영을 참 잘 그려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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