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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랑
이언 매큐언 지음, 황정아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7월




  몇년 전 이언 매튜언을 읽은 생각이 난다. 당시 <속죄>와 <넛셀>과 <솔라>를 내리 읽었었다. 로쟈 선생님의 강의를 통해 읽었었는데, 솔직히 <속죄>만 좋았고 넛셀과 솔라는 별로 와 닿지 않았다. 그때 나는 <속죄>를 읽으면서 언젠가 본 영화를 떠올렸던 것 갘은데, 지금은 도대체 책을 보기 전에 <어톤먼트>라는 영화를 먼저 본 건지, 책을 읽고 나서 영화를 본 건지 헷갈린다. 

  그런데 아무튼 속죄는 잊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인간의 어리석은 추측이, 비록 텍스트에서는 어린 소녀가 추측한 거지만, 지금 현재에도 말도 안되는 추측과 비방으로 상대방을 생매장시키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그런 생각을 하면 진짜 악인과 선인의 탈을 쓴 어리석은 악인들의 숫자가 적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이후에(소행성에서) 매큐언의 단편집 <첫사랑, 마지막 의식>을 읽었는데 젊은 매큐언의 상상력이 놀라웠고, 한편한편마다 뿜어져나오는 음울함과 잔혹함이 내 두 손을 들게 했었다. 


  그리고 이번엔 어쩌다 우연히 많은 독자들이 남긴 리뷰를 보고 <이런 사랑>을 택했다. 이 장편은 처음에 media2.0에서 <이런 사랑>으로 출판되었다가 올해 3월에< 견딜 수 없는 사랑>으로 복복서가에서 번역가를 바꿔 새로이 나왔다. 처음에 <이런 사랑>의 황정아 번역자와 <견딜 수 없는 사랑>의 한정아 번역자가 이름이 비슷해서 같은 번역자가 수정을 거쳐 새롭게 출판하는 줄 알았다. 하나 두 사람은 아예 다른 사람이었다. 조금 싱거웠고 조금 신기했다. 

  나는 리뷰를 참고하기도 하고 책값을 고려하기도 해서 중고서점에서 온라인으로 주문을 했다. 그리고 매큐언은 또다시 내게 <속죄> 이상의 감동과 짜릿함을 선물했다. 선물이란 누군가 주기도 하지만 스스로 받기도 한다. 


  이 이야기는 어쩌다 일어난 사건을 직접 겪은 목격자(당사자)들이 그 후에 직간접적으로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삶에 커다란 변화를 겪는 과정을 치밀하게 좇아가며 묘사하고 있다. 

  첫 페이지부터 작가는 우연히 마주친 사건을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 로즈를 사실적으로 상세하게 그려낸다. 들판 위 기구에는 아이가 타고 있고 기구에 매달린 할아버지는 기구를 끌어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거기로 달려가는 다섯 남자들이 있다. 작가는 이 부분을 장장 43페이지까지 묘사한다. 그리고 이 우연한 사고를 만난 탓에 로즈는 패리와 얽혀들게 되고, 기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잡고 있었던 남자(존 로건)는 떨어져 죽게된다. 황당한 사고가 또다른 참담한 사고를 불러들이고 만다. 

  어찌보면 단순하게 끔찍하고 놀라운 사건이 될 뻔한 사건은 공교롭게도 그 곳에 있던 로즈를 패리와, 그리고 존 로건의 아내와 그 가정에 씻을 수 없는 불행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그것은 운명이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분명 모른체 지나쳐 가버리면 어떤 일도 겪지 않고 평범했던 일상을 유지할 수도 있었다. 선량함과 의로움 때문에 한 일로 인해 이로움이 아니라 독이 되는 경우가 때론 발생한다. 그렇다해서 인간이 내 주위에 일어난 불행한 일을 모른체 지나쳐 가버릴 수 있을까. 도덕이나 윤리라는 덕목에 매어있지 않은 사람이라도 곁에서 일어난 일을 무시하고 지나가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그게 인간일 테니까. 하지만 그로 인해 불행을 겪게 된다면... 이 작품은 그런 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패리를 통해 사랑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하고 있다고도 보여진다. 사랑이 병이라면, 하나의 증후라면, 지나친 집착과 광기와 공상이 사랑에 들러씌워져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랑이란, 진실한 사랑이란 오히려 이상하리만큼 어리석고 광기를 띠게 되고 집착과 슬픔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패리의 사랑을 무조건 범죄시하고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랑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사랑은 온전하게 건전하게 셈법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니까.

 그런 면에서 어쩌면 패리의 사랑이 클라리사나 존 로건의 아내보다 더 진실한 사랑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가슴 아팠고 가여웠다.

 이언 매큐언은 여러 면에서 정점을 찍은 작가인데, 묘사로나 서사로나 지식으로나 치열함으로나 현재 영어권 문학에서 거의 탑에 가깝지 않나 싶다. 정말 놀라운 묘사와 박식함으로 독자를 기죽이는 사람이다. 한 번은 아까워 두 번 내리 읽었다. 그래도 모자라다 싶지만 다른 작가를 만나기 위해 리뷰를 남긴다. 다음에는< 체실비치에서>를 읽을 예정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빠른 시일 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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