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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없는 소리
김지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3월







차례


우리가 해변에서 주운 쓸모없는 것들

굴 드라이브

결로

작정기

그런 나약한 말들

마음에 없는 소리

내가 울기 시작할 때

사랑하는 일

공원에서


  이 소설집은 퀴어 문제와 페미니즘, 그리고 평범한 일상에서 여자가 부딪히는 사소하지만 타격감이 큰 일들에 대해 두루 짚어낸 단편의 모음집이다. 

'우리가 해변에서...''와 '작정기' '사랑하는 일'은 동성간의 사랑이 가져온 고통스런 일들이 펼쳐진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고 그래서 사랑하는 일이 쓸모없는 일처럼(표면적으로는) 흩어질 때를 다룬다. 그중 조금 희망적인 작품은 '사랑하는 일'인데 이 작품은 현실에서보다 더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이보다 훨씬 어두우리라는 전망은 누구라도 할 수 있기에 성소수자이면서 약자를 위한 작가의 상상력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다른 결의 작품들은 삼십대 여성의 고뇌와 좌충우돌을 그린 작품들로 분류할 수 있는데, '굴 드라이브'와 '그런 나약한 말들' '마음에 없는 소리'가 그것이다. 이 작품들은 제대로 사회에 뿌리 내리지 못한 삼십대 중반쯤에 접어든 여성들이 자신의 미래와 자아 사이에서 갈등하며 모색을 시도해보려는 이야기들이다. 결혼하지 않고 뎌자 혼자 도시에서 살아가는 일의 힘겨움이 도처에 깔려있다. 그렇다고 해서 고향인 지방으로 내려간다고 해서 할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굴 드라이브'와 '마음에 없는 소리는 그런 상황에 처한 삼십대쯤의 여자들의 현주소를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읽을 때 가장 재미있었던 '결로'를 빼놓을 수 없다. 동생의 피규어를 사기 위해(중고) 낯선 서울 깊숙한, 조용한 동네를 찾아간 주인공이 치매 할머니들과 주고 받는 이야기가 일품이다. 할머니들은 한 여름 길거리에 의자를 놓고 앉아 지나온 세월을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하고 아주 엉뚱한 얘기를 하기도 한다. 주인공은 죽지 않은 동생을 죽었다고 할머니들에게 말하고 한 할머니가 준 스웨터를 골목길 의류수거함에 버리고 온다. 희비극과 초연함이 전부 녹아난 풍자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또 '공원에서'는 여자에게만 유난히 시비를 거는 남성들과 사회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여자는 자신이 잘못한 일이 없는데도 사람들의 오해와 시비를 당하게 되고, 남자처럼 생겼다는 이유로 술취한 남자에게 "개 맞듯" 폭행을 당한다. 이 일로 그녀는 불륜관계의 남친에게서 위로보다 훈계적인 비난을 받게 된다. 남친은 정말 그녀를 사랑한 걸까. 사랑한다고 해도 여자친구는 자신이 훈계할 여자 이상이 아닌 걸까.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은 여자로 태어난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 작품이 웅변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특이한 작품은 죽음에 대해 다룬 '내가 울기 시작할 때'인데, "몸이 마음의 심연" 이라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마지막 문장이 이 작품의 제목이 어째서 '울기 시작할 때'인지를 보여준다.

  "나를 발견한 사람이 어쩌면 삼인지도 모른다. 그는 어딘가 전화를 건 다음에 바닥에 주저앉아서는 이제 달리 할 수 있는 거라곤 그것뿐이라는 듯 울기 시작한다. 딱딱한 것이 녹아 뜨겁게 흘러내리는 울음소리에 마음을 의탁하고 싶어질 때, 나였던 것은 산산이 흩어지고 만다. 그래도 그때에는 마음 둘 곳이 몇 있어서 사람들은 잘 살다가도 불쑥불쑥 나를 떠올렸다."



 작가의 사유란 빠르게 쓰기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천천히 생각을 하고 그것을 진득하게 작품에 녹여내야 한다.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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