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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소설이란 외로움과 괴로움, 소통 안되는 사회와 개인 간의 불목을 그리고 삶의 어느 국면에서  발생한 특별한 이야기를 다룬다고 대개는 생각한다.  그래서 인간의 내면과 심리가 소설의 가장 특징적인 소재라고, 소설은 인생을 다룬다고 흔히들 말한다. 

  그런 관습적인 소설관에서 이 소설집을  들여다보면 이게 이야기 거리인가,싶을 수도 있다. 매일 출근해서 어제와 비슷한 일을 하고 그것으로 생계를 삼는 도시의 화이트칼라의 일상이 소설의 주 소재가 될 수 있을까 싶은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나오자마자 많은 독자를 거느렸다. 그간 볼 수 없었던 매일의 노동이 겪는 치열함과 비루함, 그 일자리를 얻기 위해 쌓고 노력했던 지난함, 수많은 예기치 못했던 상황들과 자기가 사라지던 순간들,  그런 일 자체에 대한 보고서이면서 그 일을 둘러싼 사람들의 절망이 그려지고 한편으로는 일 때문에 바라볼 수 있는 희망이 그려진다. 


  작가가 화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작가 장류진은 "여기 실린 소설들은 모두 회사에 다니는 동안 발표한 작품"이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힌다. 작가가 얼마나 치열하게 직장 생활을 했는지, 이 소설집을 다 읽고나면 느껴진다. 젊은 여성의 직장 구하기, 능력이 더 뛰어난데도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동기보다 훨씬 적은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과 허무, 급여를 포인트로 받은 여직원이 포인트를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 등,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일의 단면들이 드러난다. 

  그러는 과정에서 작가는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소설을 읽고 쓰면서 위로를 받았고, 반대로 아무리 붙잡고 있어도 소설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시간을 들인 만큼은 물리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회사 일에서 위안을 얻곤 했다"고 한다. 회사생활이란 게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는 말이면서 한편으론 그래도 일이라는 건 결과물이 있다는 돼서 나름의 자기 증명이 된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을 쓰는 일, 그건 내 오래고 오랜 비밀이었다.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이상하게 부끄러웠다. 소설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동안은, 늘 누군가 내 귓가에 대고 '네가 무슨 소설을 써? 소설 쓰고 있네...'라고 속삭이며 하하 웃곤 했는데 그건 슬프게도 나였다. 그래서 절친한 친구나 가족에게조차, 소설을 쓴다는 사실을 꼭꼭 숨겨왔다.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신나게 웃고 떠들다가도, 내게는 너무도 중요한 나의 일부를 이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내가 자초한 일이면서도-한없이 외로웠다." 

  소설을 쓰겠다고 한 수많은 지망생들이 이런 자책과 슬픔을 느낀 적이 얼마나 많은지, 긴 시간 동안 이런 감정에 얼마나 시달리는지,  그래서 다른 무언가를 찾기도 하지만, 다시 돌아서곤 한다. 정말 못 말리는 병이다. 

  '일의 기쁨과 슬픔'보다 나를 돌아보며 독후감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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