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통해 제공받았습니다.
최근들어 한 생각이 있다. 좋은 사람이 곧 좋은 남성인것은 아니며, 좋은 남편일 수 있어도, 좋은 아버지일 순 없을 지도 모른다. 이것은 내게 똥차였던 사람이 남에겐 벤츠였다는 말이나, 내겐 천사같은 친구가 남에겐 쓰레기같은 인간일 수도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건 우리 가족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좋은 부모는 아닐지 몰라도 어쨌든 어떤 부분은 부모라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건 맞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이 퀴퍼를 보며 ‘퀴어'라는 단어 조차도 제대로 발음하지 않으며(관심이 없으니 정확히 어떤 단어인지조차 모르는 것에 가깝다) 혀를 끌끌 차고는, 저런 골방에 틀어박혀야하는 쓰잘데기 없는 것들을 옹호하는게 이상하다고 말할 때. 그들에게서 말할 수 없는 거리감을 느낀다.
그리고 ‘커튼콜, 퀴어 크리스천'은 그런 감정을 느끼는게 나만이 아님을 느낄 수 있게 확 다가왔다.
결혼한지 13년만에 기적적으로 시험관 시술로 태어난 아이. 하나님의 하나뿐인 선물. 자식이 하나 있다는걸 당시 다니던 전도사님, 목사님, 사모님이 모두 응답받고 어머니께 알려드렸던. 계시를 받으며 축복 속에서 태어난 유일한 딸.
내 어머니는 자신이 절대 서원기도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랑거리이자 다행으로 여기시는 분이다. 왜냐면 그게 그분께는 ‘내 앞길을 한정하지 않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평생 개척교회를 섬기며 장로, 권사 직분을 받으신 두 분은 고루하게 믿음을 유지하시는 분이다. 아직도 주일성수를 당연시 여기고, 교회에 직접 가지는 못하더라도 온라인으로 주5일 세벽기도와 수요예배, 금요 철야를 드린다. 아, 요즘엔 매달 첫째주 금요철야는 구역끼리 모임이 있다면서 직접 출석하시는 편이구나. 여튼.
그래서다.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나는 평생 혼자 살거라 주장한게 서른이 넘도록 바뀌지 않았어도 그들이 여전히 ‘네 짝이 없을리가 없다'며 귓등으로 듣는 이유가. 비혼주의자도 못 받아들이는데 무성애자는 어찌 반응할지 모르니 아예 이야기조차 꺼내지 않는다. 아마 이해를 전혀 못하실게 분명하니까. 성소수자부모연대의 어떤 아버지가 아들의 커밍아웃을 받으면서 자신을 향한 신뢰감을 느꼈다고 했을 때, 좀 많이 부러웠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내가 아직도 가족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놓지 못했다는 걸.
하지만 가족인걸. 어쩔 수 없는 욕망이라고 인정하기로 했다. 다들 그런 마음이구나 싶었던건 25페이지의 이 부분을 읽으면서 느꼈다.
‘결국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한테 이해받고 싶어요. 사실 이거 너무 당연한, 뭐랄까, 욕구잖아요. 그냥 내 사랑하는 사람한테 있는 존재 자체로 받아들여지고···. 당연한 욕구잖아요.’
이 글의 인터뷰이 요한은 두번이나 시도한 커밍아웃을 또 실행하려고 한다. 나같은 인간은 도저히 낼 수 없는 용기다. 첫번째도 제대로 시도 못하고 그냥 절대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게 분명하다며 회피해버리는데 어떻게 이렇게 당당하게 마주할 수 있을까.
게다가 요한은 신앙생활을 지속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외부의 어떤 괴롭힘, 특히 혐오가 제 삶의 어떤 중요한 일부를 뺏어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어렸을 때부터 그걸 세뇌라고 부르든 저와 신앙은 어렸을 때부터 뿌리처럼 얽혀 자랄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뭐 잘라내면 나도 함께, 나의 어떤 중요한 부분도 같이 잘라내져 버리는 그런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런데 그들이 자기들 멋대로 혐호한다는 이유만으로 ‘나의 어떤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과 오기도 있었던 것 같아요. 이건 정말로 한편으로는 또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는 영역인 게, 저들이 말하는 하나님하고 제가 아는 하나님하고 같은 하나님이 아닌 거예요. 예를 들어서 ‘하나님은 동성애자들을 미워해!’하는데, ‘아니야. 내가 하나님이랑 합의 봤는데 딱히 그러시진 않던데요' 약간 이런 거 있잖아요.’ _30p
특히 ‘내가 하나님이랑 합의 봤는데 딱히 그러시진 않던데요' 부분이 나와 완전히 같다. 부모님께 제대로된 교회생활, 기도생활,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다며 온갖 타박을 받을 때마다 속으로 들었던 생각이다. 더불어 ‘내가 님보다 하나님이랑 더 친한듯’ 하는 생각도 좀 가끔… 들었다. 사실 좀 많이.
이런 크리스천(당신이 만약 모태신앙이라면 더더욱)이 공감할만한 부분들이 잔뜩 있는 ‘커튼콜, 크리스천’을 많은 이들이 보고 위안과 이해를 얻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