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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혁님의 서재
  • 싱글 레이디스
  • 레베카 트레이스터
  • 16,200원 (10%900)
  • 2017-06-15
  • : 189


 돌이켜 보면, 어릴 적 읽었던 동화의 결말이 결혼으로 끝날 때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행복한 결말은 왜 항상 결혼으로 귀결되는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여성, 특히 과거의 여성들에게 있어서 ‘결혼’이라는 것이 그들을 어떤 식으로 옭아맸는지, 더 이상 결혼 전 들었던 자신의 이름은 들을 수 없고 누군가의 아내이자 누군가의 엄마로서의 자신만 남았을 때의 기분이 어떤 건지, 남자와 여자가 동등하지 않다고 내놓고 외치거나 때론 그렇지 않지만 누구나 묵인한 그 사실을 본인 스스로도 인정할 때의 모욕감이 얼마 만큼인지 깊이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고, 실제로도 많이 바뀌었지만 할아버지와 그 뒤를 따라가는 할머니의 모습은 지금도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우월한 남성과 열등한 여성. 오직 남성에 의해 정의되는 여성. 유교문화가 뿌리 깊은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있듯, 미국에―여성의 법적, 경제적, 사회적 신분이 그 여자가 결혼한 남성의 사회적 신분으로 ‘덮인다’는 뜻의―‘커버처 coverture’라는 단어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차별이 차별인 줄도 몰랐던 과거의 여성들이 오직 ‘결혼’이라는 울타리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인내했던 그 순간들을 생각해보면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아직도 그 차별의 구름은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와 슬픔을 같이 느낀다. 여성, 유색인종, 성소수자, 장애인들이 받는 차별은 여전히 이 사회의 눈부신 진보를 의심케 한다. ‘정말 사람들은 이 말과 행동이 차별인 줄 모르는 걸까?’라는 생각은 인터넷의 남겨진 댓글만 봐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이 책은 ‘여성’이라는 차별의 대상에 초점을 맞추고 비혼과 만혼, 결혼 등을 주제로 삼아 차별의 역사와 인식의 변화, 그리고 여전히 계속되는 사회적, 문화적 공격 들을 다룬다. 또한 동시에 역시 차별의 대상이 되는 성소수자, 유색인종―흑인 여성들은 남녀차별과 인종차별이라는 이중고를 겪는다는 사실도 함께―등을 언급한다. 
 백인의 법적인 노예였던 흑인이, 남성들의 성공을 위해 자신을 버렸던 여성이, 조롱과 혐오의 대상이었던 성소수자 들이 이제는 당당히 사회에 진출하고 성공하고 자신의 공간을 갖고 돈을 번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들은 여전히 차별의 공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성을 포함한 차별의 대상이 되는 존재를 계속해서 언급하는 것은, 책에서 주목한 ‘여성’과 ‘결혼’이라는 주제와 조금 벗어난 것 같지만 이 책이 무엇보다 ‘차별’을 다룬다는 점에선 그 맥락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성애자들이 결혼에서 탈출하려는 세태와 성소수자들이 결혼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이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같은 모습으로만 존속했던 제도를 해체하려 하기 때문에 같은 프로젝트인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결혼’과 ‘차별’을 동시에 아우른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우리나라에서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난다. 자신이 게이임을 당당히 밝힌 연예인이 방송과 성공한 사업가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황인종인 우리나라 가수가 백인들로부터 환호를 받으며 흑인 방송인도 우리나라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주요 정당 3곳 당대표가 모두 여성이라는 점은 눈부신 발전이다. 하지만 과거로 회귀를 주장하는 차별성 발언들은 여전하다. 

 때로는 과격한 말로,―예컨대, “제도로서의 결혼은 관행으로서의 강간이 발전한 것이다.”라는 말이 남성 중심적 결혼을 비판하는 의미라는 건 알겠다. 하지만 좀 과한 건 사실 아닐까?―때로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또 때로는 인터뷰한 여성들의 실제 삶을 들여다보듯 자세히 설명하는 이 책은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이 뉴욕을 사랑하고 자유로운 섹스를 하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과 함께 외로움과 돈, 결혼과 아이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이 페미니즘에 대한 친절한 설명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급진적인 사고와 강력한 페미니즘을 내포하고 있어 페미니즘이 남성혐오가 아니고, 그래서 또한 여성혐오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더 깊은 혐오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차별에서 비롯된 말과 행동을 스스로 하는 건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하는 책임에는 틀림없다. 이 시대의 수많은 유색인종, 성소수자, 장애인, 그리고 여성과 남성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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