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jasmine님의 서재
  • 세상을 향한 눈
  • 장크리스토프 빅토르
  • 20,900원 (5%660)
  • 2015-06-29
  • : 275

어릴 적 신문을 구독해서 보던 시절엔 신문 한 모퉁이에 만화를 찾아보는 재미가 솔찬히 있있다. 빼곡히 들어찬 글과 흑백들 사진 사이에서 쉬이 읽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만평이었다. 촌철살인의 뜻이 그림과 한 줄의 글에 담겨있다는 것은 전혀 모른 채 읽어가다가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나름 의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신문이라는 매체가 스마트폰에 급속하게 자리를 뺏앗기면서 이런 만평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반면에 외국 신문들은 줄기차게 만평을 실었고 그 독자들은 흥미롭게 때론 심각하게 고민하며 지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것 같다. 장문으로 싣는 기사보다 때론 만평이 주는 팩트는 독자로 하여금 진한 여운과 그 만평의 소재가 된 사람이나 사건들은 가시방석이었을 것이리라.

책 표지에 실린 그림만 봐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만평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아무래도 불운한 사건이 있었던 '샤를리 에브도 테러사건'일 것이다. 꾸준히 비판과 풍자로 만평을 실었던 '샤를리 에브도' 잡지사는 이슬람 무장 단체의 공격을 받아 많은 만평가와 기자들이 학살을 당했다. 왜 그들은 그깟 만평에 예의주시하며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테러를 저질렀을까? 장문의 기사와 실제 테러 현장의 사진이 담긴 기사를 실은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도시 한복판에 있는 사무실을 습격해 그같은 만행을 저질렀을까?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을 천천히 들여다보며 거기에 실린 간단한 문장을 한 눈에 보게 되면 사건의 기승전결을 다 보는 것과 동시에 결과물이 아주 간결하게 뇌리에 박힌다. 만평에 실리는 그림들은 대부분 그 사회나 세계의 이슈가 실리는 경우가 많다. 사건이나 인물에 관련된 문제는 알고 있으나 정확하고 간결한 기사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허나 만평은 그 모든 것을 한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만평가의 시선으로 사건을 간단, 명료하게 비판화된 시선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 반면에 그만의 시선이므로 비평하는 것이므로 자칫 그 비판이 옳은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을 수도 있다.  이 많은 만평들을 보면서 세계의 문제와 지금까지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었는지 시대별로 구분되어 나름 역사 공부를 한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몇가지 흥미로웠던 만평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1991년 12.25.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사임'을 두고 여러 만평이 실렸는데 포루투갈, 안토니오의 만평이 눈길을 끌었다. 고르바초프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머리에 도드라져 보였던 지도 얼룩 점. 일부는 그의 그 얼룩 점이 '소련의 지도와 흡사하기도 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얼룩 점에서 자유의 물결을 타고 시작된 시위대와 소수민족 공화국들이 밀려나오는 모습을 아주 재밌게 형상화했다. 잊고 있던 고르바초프의 얼굴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었던 만평이다.

1997.12.11. '교토의정서' UN 기후변화협약에 서명한 국가들이 개최한 세번째 연례회의에서 체결한 협약이다. 미국 올리판트의 만평을 보면 일부 선진국들은 자국의 환경을 중요시하고 신생 개발 도상국들은 선진국과 같은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할 수 없다고 대립을 했다. 여기서 보여주듯이 선진국에서 보여지는 시선과 아시아나 일부 개도국에서 느끼는 비판의 시선은 충분히 갈릴 수 있다고 본다.

2001.9.11. '9.11 테러 사건' 쌍둥이 빌딩의 테러 사건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거짓말이었으면 영화였으면 했던 그 순간. 그 경악했던 순간을 역으로 보여주는 프랑스 '에를리 샤브도' 카뮈의 만평.( 테러 사건 때 목숨을 잃었음) 비행기가 자기들에게 향하는 순간에도 모두 컴퓨터에 앉아 업무에 열중하는 모습. 원자재의 가격을 결정하는 뉴욕상업거래소의 한 사무실을 표현하면서 한 사람은 자신에게 오는 비행기를 쳐다보고 놀라며 전화로는 "팔아!"를 외치고 있다. 이 만평은 처음으로 무역센터 안의 내부,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볼 수 있게 해준 만평이라고 한다.

 

 이런 만평을 보며 독자가 '아~'하고 찰나의 깨달음을 외치는 소리는 사건을 보는 만평가들의 허를 찌르는 능력 때문이리라. 이 책을 보면서 세계의 사건과 흐름, 서양인들의 의식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만평은 유럽과 아메리카에 속한 나라들이 실은 만평이라 그들의 시선만 볼 수 있었다는게 아쉽다면 아쉬었던 점. 하기사 싣고 싶었어도 아시아에선 이런 만평을 찾아볼 수 없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도 촌철살인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이런 만평 전문 잡지가 생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