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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mine님의 서재
  • 말 샤워의 기적
  • 기쿠치 쇼조 & 세키하라 미와코
  • 11,700원 (10%650)
  • 2015-06-01
  • : 95

처음 책 제목을 보면서 '말 샤워가 뭐야?'하고 우아해 하면서 펼쳐 들었다. 보면 볼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이쁜 말! '말 샤워'는 그야말로 샤워할 때 한 곳에서 여러갈래로 쏟아지는 물줄기처럼 하나의 말에서 여러가지의 다른 말들이 가지를 치면서 쏟아지게 하는 일종의 대화 표현방식이다. 읽는내내 부모들도 꼭 읽어야 하지만 일선 학교에 계신 선생님들이 필독서로 읽어 보심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게임과 스마트폰을 빨리 접한 요즘 아이들은 유치원때 부터 말이 곱지 않은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우리아이는 집에선 안그러는데'하고 믿던 엄마들은 아이들끼리 놀 때 쓰는 말들을 들으면 깜짝 놀란다. 또래에서 쓰는 표현을 쓰지 않으면 그것도 몰라?라는 식으로 놀림을 주기도 한다고 한다. 우리아이가 올 해 8살로 학교를 들어가서인지 학교의 첫 문화를 잘 배우고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기쿠치 선생님도 에필로그에서 말하지만 초등학교 1~2학년 때의 습관이 앞으로의 학교 생활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읽을수록 빠져들고 선생님들께 꼭 드리고 싶은 책이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기쿠치 선생님이 6학년을 맡아 한 해동안 '말 샤워'를 통해 변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낸 책이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이 온화하고 아늑한 시스템은 아니다. 아이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은 도가 지나치고 선생님들은 사건을 만들지 않기 위해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그 속에서 아이들은 방치되고 스스로 살아갈 방법을 모색한다. 모든 학교가 이런건 아니지만 간간히 학교에 관련된 뉴스를 보면 여전히 교권 남용과 교실의 교권 추락, 학부모들의 지나친 간섭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자유와 개방을 표방한 교실은 주체가 되는 어른도 없고 좌지우지되고 갈팡질팡하는 교육 시스템으로 인해 혼란스런 아이들만 방치되어 있다. 어디서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얼마전에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어느 교인 천재 소녀의 하버드 대학교 거짓말 사건처럼 학력 위주로 몰아가다보니 인성은 온데간데 없고 남보다 뛰어나야 하고 남을 이기려는 심리가 팽배해 진건 아닐까.

여러가지 사회 현실을 제쳐두고 가장 어린 아이들의 학급에서도 대인과의 관계 형성이 미흡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는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자주 본 친구들은 티격태격 하다가 자신들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이 없으니 재미가 없어서일까 다른 친구의 행동 양상이 조금 틀리면 처음엔 놀리는 듯 시작하다가 여러명이 모이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래서 엄마들은 구태여 아이들이 학교를 들어가면 남자애들은 축구를 무조건 시키고 여자애들도 마찬가지로 뭔가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걸 시킨다. 반 아이들이 전체로 움직이는 시스템. 처음엔 적응도 안되고 깜짝 놀랐지만 밑바탕엔 엄마들의 이런 심리적 불안이 작용한건 아닐까. 어른들은 유별나고 그렇게 키운 것들이 별 거 없다고 하시지만 빠르게 진화하고 빠르게 발전하는 문명에 그대로노출된 아이들은 적당한 잣대로 교육을 받을 틈도 없이 게임을 하고 기계를 조작하며 친구들과 말장난을 시작한다. 그렇게 방치해 온 결과가 오늘에 이르렀다고 본다.

   다행히 의식있는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을 하는 바 여러 대안 학교들이 있으며 이런 류의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말 샤워의 장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어휘력의 증진, 친구간의 배려, 문장력 강화 등 이런 것을 토대로 최종의 목표는 토론이 가능하다는 점. 반대 의견을 제시하다보면 어린 학생들인 만큼 감정을 다스리기 어려워 삐걱대기도 하지만 여러 사람의 의견이 모이면 여러 개의 결론에 도달한다는 장점을 아이들은 터득한다. 일종의 유대교 교육법 하브루타와 닮아 있다.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벅찼다. 선생님의 꾸준하고 소신있는 교육법이 이렇게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구나. 조금만 노력하고 아이들을 독려하면 개인적 편차는 있을 수 있겠지만 대인 관계의 중요성을 알고 남을 배려하는 기본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겠구나. 선생님들도 나름 이론은 알고 있으나 실천 가능한 방법의 부재가 큰 문제가 이닐까 싶다.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한탄만 하기 보다는 빠른 두뇌를 자랑하는 아이들의 실력과 인간 사이의 소통 방법을 나름 알고 있는 기성 세대가 힘을 합쳐 큰 그림을 그릴 때가 아닌가 싶다. 학교가 더 이상 공부만 가르치는 곳은 아닌지 오래되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던가. 희망이 보이는 지금이라도 어른으로서의 몫을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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