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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책장
  • 꿀벌 키우는 사람
  • 막상스 페르민
  • 15,300원 (10%850)
  • 2022-12-26
  • : 139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집어 들었으나 첫 장을 넘기자마자 아 너무 좋다 하고는 읽는 속도를 늦췄다. 인생을 아우르는 은유이자 시적 장면과 소설적 서사가 합쳐지는데 이런 글은 어떻게 쓰는 걸까 감탄했고 감탄과 별개로 빠져들었다.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막상스 페르민, 그 이름을 기억하기로 했다.


'색채 3부작'이라는 이름으로 연결하여 읽을 책이 두 권이나 더 있다! (좋아) 이번에 읽은 것은 금색. 기다리는 책은 흰색과 검정. 주요 색 외에도 색으로 표현되는 배경과 인물이 곳곳에 숨어있는데, 눈앞에 선연하게 그려질 때마다 으아... 하고 멈추게 된다. 이런 이야기는 이렇게 밖에 쓸 수 없을 것 같은데 이전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썼을까 궁금하다. 한 편의 시소설을 써내는 능력은 훔치고 싶기도 해. 흑흑.


여백을 넉넉하게 살린 편집 디자인도 이 글의 매력을 한층 살렸다고 생각한다. 머무르며 충분히 음미할 수 있었다. 글과 잘 어울렸다.


프랑스 소설에서 비슷한 매력을 느끼곤 하는데 취향이 통하는 독자라면 강하게 추천하고 싶다. 읽으면서 나 프랑스 소설 좋아하네... 했는데 그렇기도 하나 이 책이 확실히 매력적이다.



(여기서부터는 읽는 이에 따라 스포일러 가미된 감상일 수 있다)

‘삶을 가로지르는 순수한 마법의 순간들’ 속에서 꿀벌을 만났을까. 꿀벌을 통해 그런 순간을 만났을까. 전자이기도 후자이기도 하겠지. 좋아하는 일을 찾고 확실히 가졌으면 해. 주저하지 말고, 멈추지 말고, 쟁취하고, 나아가기. 좋아하는 일은 흘러가는 시간에 양보하고 싶지 않다.

기술자 만나서 일 벌이는 부분은 할아버지와 입장을 같이 했던 독자로서 아니, 아닌 게 뻔한 일을 왜 신나서 벌이고 있는 거야? 사실 그런 게 인생이고. 인생 왜 멀리서 봐야 보일까? 내 인생은 너무 가깝기만 해.

잊을 수 없고 사라지지 않을 시간을 강렬한 기억을 마음에 남긴 채 결국, 돌아와 사랑을 알아보고 택하는 결론. 어떻게 보면 허무한데, 또 그게 너무 인생이다. 사랑을 알아보고 사랑하기로 하는 것.

잘 사랑하고 싶다. 내 꿀벌 키우면서.

오렐리앙 로슈페르는 금에 대한 취향으로 인해 꿀벌 키우는 사람이 되었다. 부를 탐해서가 아니었다. 꿀을 수확하면 돈을 벌 수도 있지만, 그가 꿀벌을 키우게 된 건 전적으로, 그가 ‘인생의 금‘이라고 부르던 것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는 미를 찾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삶이란 그것을 가로지르는 순수한 마법의 순간들이 있기에 살 만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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