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 가르면 보이는 것
나선일 2025/02/27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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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심해서 좋다
- 왕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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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 2018-05-30
: 307
저자는 사람을 소심인과 대범인으로 나눈다. 하지만 나는 그 구분에 완벽히 들어맞지 않는다. 대체로 소심하지만 때로는 대범하다. 세상을 둘로 가르는 것만큼 과격한 일이 또 있을까. 여자와 남자, 진보와 보수, 그리고… 소심인과 대범인.
그럼에도 우리는 칼을 든다. 갈라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칼이 지나간 자리에는 케이크의 단면이 드러난다. 겉에서는 보이지 않던 딸기와 크림처럼 잘라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저자는 그 단면에서 뜻밖의 말을 꺼냈다, “소심해서 좋다”고.
그래서 나는 그의 칼질이 싫지 않다. 내 기준 각도가 15도쯤 틀어졌을지 몰라도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다. 어떻게 자르든 무엇을 가르든, 결국 그 안에는 우리가 가진 좋은 것들이 층층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이 좋다.
이 책이 좋다는 사실을 나는 어떻게 알았냐면, 나 또한 칼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수필과 소설을 나누는 칼이다. 나는 줄곧 현실보다 허구의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가르고 보니 그 단면에는 새벽까지 책장을 넘기는 내가 있었다. 마치 옆자리 짝꿍이 쓴 일기장을 훔쳐 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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