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두려워할필요없는삶에대하여 #로빈_워터필드 #푸른숲


로빈 워터필드는 고전 철학과 역사학에 정통한 학자로 많은 고전을 현대에 적합하도록 번역해 학문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인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명상록'에서 발췌한 문장을 이 책에 담았다. 그리고 표지와 속지, 내지에는 마르쿠스 황제로 생각되는 얼굴이 들어 있다. 이에 대한 설명이 없어 좀 궁금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화폐에 새겨진 얼굴로 보이며, 마르쿠스의 얼굴이 맞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사실 나는 이 책의 원문인 '명상록'을 읽지 않았다. 즉,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와 명상록에 대한 지식은 이 책의 서문에 담겨 있는 내용이 전부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는 로마 제국의 제 16대 황제였다. 그는 서기 161년 3월 7일부터 180년 3월 17일까지, 향년 58세로 서거할 때까지 제국을 다스렸다. 로마의 평화와 번영을 이끈 다섯 황제 가운데 마지막 인물이었으며, 자신이 이상적인 군주로 여긴 선왕(先王) 안토니우스 피우스의 성품과 태도를 본받고자 하였다."(7쪽, 서문)
"마르쿠스 (황제)는 중부 유럽에서 원정 활동을 벌이는 동안 일종의 개인적인 비망록을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그가 남긴 공책 열두 권과 자필 기록물 490점은 사후에 발견되었고, 주변에서 이를 보존하여 후대에 전했다. ... 이후에는 서구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사랑받는, 영감을 주는 대중 철학서로 확산되었다. 우리는 이 책을 간단히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라고 부른다."(9쪽, 서문)
정리하자면, 명상록은 로마 제국 최고 번영기 황제였던 자가 스스로에게 남긴 기록이며, 출판을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니기에 후대 사람이 읽기 편하도록 누군가 발췌를 해 주제별로 정리할 필요가 있는 책이다. 그 역할을 고전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저자가 한 것이고, 그 덕에 나와 같은 후대 독자는 편안하게 마르쿠스 황제의 글을 읽으며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스토아철학 #불교철학 #명확한_기준
이 책은 읽고 싶으면서도 읽기 싫어질 때가 있다. 또한, 명확한 답을 주기도 하지만 답답한 결론에 이르게도 한다. 나만 이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읽는 내내 스토아 철학과 불교 철학서를 읽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게 되었다.
1장에서는 우리가 근심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그 해결책으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그 기준은 세 가지다. 시간으로는 '현재', 사람으로는 '자신(나)', 정신적으로는 '철학(신 또는 자연법칙)'이다. 마르쿠스는 모든 문제를 이 세 가지 기준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아주 이성적, 현실적이다. 답을 찾아 헤매는 사람에게는 매우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에게는 큰 상처를 주게 될 것이다. 일종의 '팩트 폭격'을 날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흐리멍덩한 사람에게는 '따끔한 일침'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는 이 책의 조언이 매우 위험한 것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장에서는 집착을, 3장에서는 모든 것이 내 마음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전한다. 4장에서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2~4장을 읽다보면 이 명상록이, 스토아 철학이 불교 철학에 매우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불교에서도 모든 고통의 원인이 집착에서 비롯된다고 하고 있으며, 모든 것은 마음으로 비롯된다는 '일체유심조('를 주장한다. 게다가 모든 개체가 연결되어 있다는 연기설( 또는 인연은 불교의 생명 존중 사상과 연결되는 중요한 내용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스토아 철학이나 불교 철학이 나와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해 왔다. 즉, 내 본성과 이들 철학이 비슷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내용을 쉽게 수긍할 수 있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조언을 한다면 마르쿠스 황제처럼 말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슬금슬금 반항심이 들고 일어났다. 모든 말이 맞는 말이며, 모든 문제는 내탓이라고 설명해서 그런 감정이 들었다고 생각한다.
#황제가꿈꾼삶 #평온한삶 #옳바른삶 #좋은삶
이 책은 마르쿠스 황제가 스스로를 위해 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을 기준으로 책을 읽어나가니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중부 유럽 원정을 떠나 있는 황제, 병약한 몸으로 전쟁터에 나가 있는다는 것은 그로서는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황제라는 직책이 아니었다면 아마 평생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삶. 그는 그런 삶으로부터 도피처가 필요했던 것일지 모른다.
"이 덧없는 순간을 오직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아라. 잘 익은 올리브가 자신을 맺은 나무에 감사하고 자신을 낳은 땅을 축복하듯, 너 역시 평온한 삶을 살다가 미련 없이 떠나라."(103쪽, 감사에 대하여)
아마도 황제는 '평온한 삶'을 꿈꾸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견딜 수 없는 과중한 업무와 온갖 의무들로부터 벗어나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황제였기에 살 수 없었던 그 이상적인 삶은 현재 우리도 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말들이 우리의 마음에 깊이 들어와 박히는 것은 아닐까.
황제는 또한 '올바른 삶'을 꿈꿨다. 황제로서 자신의 삶이 제국의 모든 신민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는 자신만의 평온한 삶을 살고 싶었지만, 공인(公人)으로서 자신의 삶에도 충실하고자 했다.
"왕의 역할은 선을 행하면서도 욕을 먹는 일이다."(185쪽, 역할에 대하여)
"너(황제 자신을 가리키는 말)는 두 가지 일에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185쪽, 역할에 대하여)
그가 로마 제국 황금기의 마지막 황제인 이유가 이곳에서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공인으로 인식하고 공공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다른 이들로부터 칭송받기를 포기한 황제. 그런 마음을 가진 지도자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면서 동시에 고위 지도층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여야 한다. 대다수는 공공선을 추구하는 삶을 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존재한다. 하지만 고위 지도층은 그렇게 두면 안 된다. 그들은 반드시 공익을 추구하는 삶을 살도록 강요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는 '좋은 삶'을 꿈꿨다. 이른 바 롤 모델이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무엇이 좋은 삶인가에 대한 기준은 누구나 하나쯤 꼭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에게는 롤 모델이 그의 선왕 안토니우스였는가보다. 그의 삶을 그는 좋은 삶이라 보고 본보기로 삼는다.
"그(안토니우스)는 충분히 숙고하여 완전히 이해하기 전까지 어떤 일도 행하지 않고(성급하지 않고), 부당한 비판을 받아도 함부로 반박하지 않았으며(말을 아끼는), 어떤 일도 결코 서두르지 않았고, 악의적인 소문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사람의 인격과 그들의 공과를 정확히 판단했지만, 누구도 함부로 폄하하지 않았고 타인에 대한 불신과 궤변의 언어를 말하지 않았다. 숙소와 침구는 물론 의복과 음식과 시종에 대해서도 쉽게 만족했다.(만족하는 삶) 그는 근면했으며 인내하는 사람이었다. 소박하게 식사하여 일정한 시간 외에 화장실을 드나드는 일도 없었고, 덕분에 저녁까지 한 자리에 머물 수 있었다. 그는 언제나 한결같은 벗이었다. 자신의 일을 비판해도 관대하게 받아들였고, 누군가 더 나은 방법을 알려준다면 진심으로 기뻐했다. 또한 미신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경건한 마음을 지키고자 했다."(135~6쪽, 삶의 방향과 목적에 대하여)
#질문 #최고선 #최고목표 #맑은샘
질문에는 힘이 있다. 그는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면서 최고의 선, 최고의 목표에 도달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의 삶, 그의 기록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다고 생각한다. 그처럼 묻고 답하며 최고의 선을 찾아나가는 삶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이 책의 표현에 따르면 "언제나 맑은 물이 솓는 샘"이 되었을 것이다. 누가 억지로 더러운 것을 쏟아 부어도 깨끗해지는 그런 샘 말이다.
"어떻게 하면 너도 그토록 맑은 물을 퍼 올리는 샘과 같을 수 있을까? 매 순간 자신을 살피고, 올바른 덕성과 관영과 소박한 삶을 실천한다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다."(215쪽, 덕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