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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훈님의 서재
  • 이상능력자
  • 함설기
  • 14,220원 (10%790)
  • 2026-03-03
  • : 1,230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이상능력자 (함설기, 창비교육, 2026, 가제본, 292쪽)

 

#능력 #각성 #초능력자 #이상능력자

인간은 누구나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든, 스스로 학습과 훈련을 통해 얻은 것이든. 소설의 주인공 채수안은 갑자기 어떤 ‘능력’을 갖게 되었다. 각성(覺性). 본인은 원하지 않았는데, 심지어 경멸했는데도 갑작스럽게 내면에 있던 능력이 깨어난다. 그런데 그 능력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인지, 스스로 노력으로 얻게 된 것인지 불분명하고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대다수 사람은 가질 수 없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극소수만 가질 수 있는 ‘능력’. 대다수는 그 능력을 부러워하면서도 두려워한다. 자신도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기에, 그리고 그런 엄청난 능력을 갖춘 사람을 만나게 되면 자신이 위협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능력’ 앞에 ‘초(超, 훨씬 뛰어난)’를 붙이거나, ‘이상(異常, 정상적인 모습과 다른)’을 붙인다. ‘초능력자’라고 하면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이상능력자’라고 하면 두려움이나 기피의 대상이 된다. 작가가 ‘이상능력자’라는 제목을 붙인 것에는 분명 그 의미를 담고자 했을 것이다.

 

 

-비현실 속 현실 이야기-

#비현실 #초능력 #현실 #이상능력

 

내가 생각하는 장소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면? 눈앞에 보이는 물건이나 사람을 내가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다면? 분명 소설 속 ‘능력’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그렇지만 누구나 한번은 갖고 싶다고 상상해본 적은 있을 법한 ‘능력’들이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에 등장하는 ‘능력’은 마블 히어로들이 갖고 있는 ‘초능력’과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그 능력이 현실에 존재한다면 어떨까. CCTV를 피해 누군가를 살해하는 텔레포트 능력자가 있다면? 분명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갑작스러운 대폭발을 일으켜 사람을 죽인다면? 우리는 그 능력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소설 속에서처럼 그들을 격리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이 당연히 대두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실에서는 대다수가 두려움을 느끼는 ‘이상능력’이 된다.

 

작가는 소설이라는 ‘비현실’에 ‘현실’을 담고자 한 것 같다. 현실에서는 ‘초능력자’가 ‘이상능력자’가 될 수밖에 없고, 뛰어난 능력을 갖춘 자는 소수고 다수를 조종할 가능성을 갖는다. 그래서 다수가 뛰어난 소수를 제어하는 민주주의적 장치가 등장했다. 뛰어난 소수와 민주주의 장치를 갖춘 다수는 언제나 긴장 관계다. 그 극단적 긴장 관계는 소설 속에서 격리제를 주장하는 국회의원과 그를 살해하는 이상능력자로 그려진다.

 

 

-성장 소설-

#외로움 #특이함 #희망 #위로

 

“이제 그 ‘우리(격리파)’에 난 더 이상 낄 수 없다. …… 세상에 혼자가 된 두려움, 앞길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 그리고 ……. 내 편이 아무도 없다는 초라함.”(29쪽)

“그 죽일 놈의 초능력자가 되고 나니 같은 영상(격리파 유튜버 영상)을 봐도 예전처럼 속이 시원하지 않았다.”(93쪽)

 

주인공 채수안은 어쩌면 답답하고 두려웠을 것이다. 엄마가 죽고 난 후 믿고 의지할 존재가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라는 강력한 테두리를 제공하는 격리파 유튜버들에게 마음이 끌렸는지 모른다. 그녀의 아픔을 격리파 유튜버들이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착각했을 것이다. ‘내 편’이 가장 절실한 사람들은 어쩌면 가장 외로운 사람들일지 모른다.

 

“확실히 여자(남민하 팀장)는 특이했다. 남들이 내게 하는 말을 하지 않고, 남들이 하지 않는 말을 했다.”(17쪽)

 

그런데 진심으로 외로운 채수안에 다가온 존재는 남민하 팀장이다. 그녀는 딱딱하고 차가운 말투의 국가 공무원. 당연히 겉보기에 다가가기 힘든 존재였다. 하지만 그녀의 진심은 ‘특이함’에서 보인다. 남들과 다른 말을 하는 남민하 팀장은 채수안을 진심으로 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채수안은 유튜버의 화려한 수사와 과장된 표현을 다정함이라 믿고 싶었을 것이다. 어쩌면 주변의 진심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녀를 받아준 이모나 딱딱한 말투의 남민하 팀장.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이어폰을 꽂고 있던 염우정까지. 언제나 진심으로 그녀를 생각해주는 존재는 주변에 있었다. 그들은 채수안이 진심을 발견할 때까지 묵묵하게 기다려주었다.

 

초능력이 있든 없든, 이 소설 속 주인공은 청소년이다. 한창 자신의 능력과 위치를 확인하는 성장 과정에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채수안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또래 염우정과 남예리일 것이다. 서로 아웅다웅 투닥거리면서도 결국 가장 먼저 수줍게 진심을 전하는 것은 그들이었다. 그들이 상처와 위로, 아픔과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풋풋한 청춘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나에게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청춘의 아련함 같은 것이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내가 초능력을 갖게 됐다면, 그건 어찌 됐든 나를 위해 생겨났는지도 모르겠다고.”(145쪽)

 

나는 남예리가 한 이 말이 참 가슴에 와닿았다. 청소년이라는 불완전한 상황을 극복하면서 자신을 인정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과정이 청소년 자존감 형성에 중요한 매우 중요한 장면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고, 뛰어난 능력을 자신있게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겉모습과 오해하는 마음들-

#겉모습 #오해 #역지사지

 

“사람은 겉만 보고선 절대 알 수 없는 것 같아.”(167쪽)

 

언뜻 당연해 보이는 말이지만 우리는 이를 당연하게 떠올리지 못한다. 우리는 항상 겉모습에 매몰되어 상대를 평가하고, 그것이 오해를 불러일으켜 갈등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필요하다. 특히 청소년일 때에는 이 자세가 필수적이다.

 

“가슴 아픈 아이러니에 눈물이 났다. …… 격리로 고통받았던 초능력자들이 불쌍하고, 초능력자 때문에 죽고 만 엄마가 불쌍하고, 그로 인해 초능력자들을 다시 격리하라고 외쳤던 내가 불쌍하고 또 한심해서.”(150쪽)

 

“하지만, 언제나 다른 방법은 있다.”(194쪽)

 

채수안은 자신이 혐오했던 초능력자가 되었기에 강제로 ‘역지사지’를 경험하게 된다. ‘우리’라 믿었던 격리파 유튜브로부터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 있었으며, 자신이 가했던 폭력을 반대로 받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초능력자들을 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한다. 마치 부드럽고 보송보송한 애벌레가 스스로 딱딱하고 거친 고치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아 보였다.

 

채수안은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직 미성숙한 상황에 머물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각성을 통해 ‘초능력’을 얻었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순간에 억지로 내몰렸다. 어쩌면 가장 아프고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려움이 있었기에 그녀는 성장할 수 있었다. 아픔이 없었다면, 어려움이 없었다면 익숙하고 편안한 둥지 속에서 머물며 날아갈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진짜 세상은 창문 너머에 있다. 언제나 그랬다. 그 사실을 몰랐던 적도 있고 일부러 외면했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아니다.”(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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