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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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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500원 (10%750)
  • 2008-06-10
  • : 16,019
더 로드 길 위 두 부자의 야영일지. ‘남자는 깜깜한 숲에서 잠을 깼다. 밤의 한기를 느끼자 손을 뻗어 옆에서 자는 아이를 더듬었다. 밤은 어둠 이상으로 어두웠고, 낮도 하루가 다르게 잿빛이 짙어진다. 차가운 녹내장이 시작되어 세상을 침침하게 지워가는 것 같았다.’
사건은 시작도 결말도 없다. 빠져 나갈 수 없는 미로 속 그 안에 있는 느낌이었고 그 안에 부자(父子)가 있다. 읽는 동안 더 이상 희망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세상에 빠져있는 느낌이었다. 중반을 넘어서기까지 희망에 관련된 사건이나 배경을 기대하고 읽었는지 마침내 시종일관적인 서술에 염증을 느껴 며칠 간 책을 방치해 두었다. 다시 읽기 시작 했을 때 배경과 사건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어둠속 두 주인공의 대화와 새로운 상황을 해결하는 방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위에 뭐가 있든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게 나아’ ‘우리는 갑자기 놀라는 걸 좋아하지 않으니까.’ 이렇게 이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아버지가 사건을 맞이하면 스스로 선택하는대로 전개해 나갔다. 작가와 독자는 단지 두 인물을 관찰하는 입장이다. 이 글의 핵심은 부자이고 두 사람의 대화가 이글의 흐름이었다. 이들에게 상황은 언제나 진리와 사랑으로 해결하였다.
독서의 초반부는 어둠을 뚫을 무언가 있을 거 같은 기대감이 있었고 점점 어둠이 깊어지고 그들에게 사건이 발생하자 불안한 마음으로 읽었다. 하지만 곧 나는 이런 마음이 부질없다는 걸 깨달았다. 때론 위험한 일이 일어났지만 그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은 두 부자가 불을 나른다는 책임감과 희망이 있었고, 그 일은 하나의 사건이고 해결해야하는 문제였다.
그리고 나와 아빠와의 관계가 생각났다. 소년은 아빠와 떨어지는 것을 싫어하거나 무서워하고 아빠가 모험을 하기 전엔 아빠 행동을 말린다. 아빠는 소년의 무서움과 두려움을 이해하고 달랜다. 모험을 하기 전 소년이 말리면 아빠는 ‘뭐 어차피 제 말은 듣지 않을 거잖아요. 지금까지 들어왔잖아. 잘 듣지는 않았어요.’ 잘 듣지는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나 아무도 없다는 걸 아이에게 납득시킨다. 때론 아빠 행동으로 음식, 담요, 옷 등을 구하기도 했으나 위험한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둘의 대화를 통해서 초반부의 독서 시점에서 벗어나 공감대를 점점 형성해 나갈 수 있었다.
작가는 이 마지막 한 페이지를 위해 글을 썼는지 아님 글이 이 글을 유도했는지 마지막 페이지의 ‘아빠하고 매일 이야기를 할게요. 소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잊지 않을게요’ ‘가장 좋은 건 아버지와 말을 하는 것이었다.’ 라 부분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마지막페이지 까지 읽으면서 느꼈던 인류애적 희망, 묵시록은 하나의 과장에 불과한 것 같았다. 나는 이 책을 덮고 아빠를 생각했다. 그리고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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