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중해의 패권을 쥐는 자, 곧 풍요를 얻으리라.
페니키아인들이 한창 암약하던 고대 대항해시대의 철칙이었다.
기원전 고대 가나안인들은 정주하던 땅의 한계를 통감하고 지중해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항해는 지중해 무역의 장대한 문을 열어젖혔다. 바다 민족 '페니키아'의 등장이다.
페니키아인들은 오리엔트에서 수많은 무역 거점을 세우고 목재부터 염료까지 다양한 재료를 거래하며 지중해 일대 문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데 일조했다. 역사적으로 일개 민족이 문명을 고속으로 발전시킨 사례가 실로 독특하다.
페니키아인들은 '시돈'과 '티레'라는 두 거대 도시 국가를 주축으로 끊임없이 팽창해나갔고, 이집트나 페르시아를 비롯한 패권국과 영합하는 치밀한 외교를 펼치며 안정적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패권국과 영합하는 처세 행위가 반드시 좋은 결과만을 낳지는 않았다. 상국으로 섬기는 패권국의 적대국들과 싸워야 했기 때문이다. 전설적인 민족 연합 '그리스'가 대두한 것이다. 페니키아와 그리스는 '지중해'라는 최고의 텃밭을 사이에 두고 한쪽이 멸망할 때까지 서로 물어뜯었다.
그리스가 후세에 깊은 영감을 남긴 것으로 알 수 있듯이, 두 바다 문명 전쟁의 최종 승자는 그리스였다. 살라미스 해전을 비롯하여 중요한 분기점마다 그리스는 페니키아가 속한 제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고, 이는 마케도니아 군주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티레 원정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치열한 공방전 끝에 페니키아의 실질적인 수도 티레가 몰락하며 숙적 그리스와의 기나긴 전쟁은 막을 내린다.
그러나 페니키아인들의 운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로마의 숙적이자 지중해의 패자로 군림했던 전설적인 제국 '카르타고'가 페니키아의 후손을 자처하며 들고일어났다.
한종수 작가님이 집필하신 <페니키아 카르타고 이야기>는 그동안 국내에 덜 알려진 페니키아인들의 서사를 한국인이자 동양인의 관점으로 정리한 것이다. 그리스의 후손인 서양인들이 집필한 역사서와는 확연히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데, 이는 페니키아인들의 무역이 지중해와 세계에 미친 영향을 비평하는 부분에서 잘 드러난다.
페니키아인들은 그리스와 함께 지중해 문명을 발전시킨 쌍두마차의 말 중 하나였다. 상당히 흥미로운 의견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