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구성은 독특하다.
장별로 한 명의 삶을 깊이 있게 톺아본 구술기록이 먼저 나오고,
그다음 기록자들의 에세이가 나온다.
한 명의 진득한 구술 속에선 개인의 사건이 아니라 결국 사회문제고,
사회적 사건임을 은근하게 알게 된다.
이어진 기록자의 에세이에선 뾰족하게 문제를 짚는다.
객관적인 시선에서 각 주제별 사회적 현황과 문제를 제시한다.
그리고 냉철하게 우리의 위치/ 우리게에 필요한 것/ 우리가 바꿔야 할 것 등을 말한다.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나는 숨지 않는다>는 알게 모르게 벌어지는 사회의 폭력에 질문을 던지고,
배제를 공존으로 바꾸는 책이다.
나는 이들의 분투에, 얌전히 타협하지만 않는 이들의 용기 덕분에
우리가 조금씩 변하고 구원받는다고 생각한다.
“11명의 구술기록, 에세이는 결국 ‘길을 만드는 작업’이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편견 없이 함께 나아가는 길을.
소수자의 삶은 ‘특정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얼굴을 마주한 상대의 일이고,
고유한 역사와 감정을 가진 한 사람의 일”이다.
숨기거나 가리지 않고 모두가 건강하게 목소리를 낼 때 세상의 좌표는 다양해진다.
차별과 혐오의 양상이 복잡해져도 그것을 해석하고 풀어낼 사회적 자원이 형성된다.
우리는 결국, 미디어나 주류사회가 드리운 장막 “앞”이 아니라 누군가의 ‘곁’에 있어야 한다.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책소개 중
결국 우리가 모두 행복하고 안전하려면,
차별과 혐오에 섬세하게 날을 세우고,
곳곳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의 11명은 우리에게 말한다.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에 대해.
"여성 청소년을 말할 때 피해 경험만 얘기하는 게 싫었어요.
성적자기결정권을 포함해 청소년의 섹슈얼리티 담론을 확장
하는 활동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스쿨미투 운동이 청소년
의 피해 호소로만 기억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해요. 저희는 이
것을 부단히 바꾸려고 했던 사람들이에요. 스쿨미투 운동이
동등하게 논의할 수 있는 동료 시민으로서 청소년이 있다는
생각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켜준 계기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점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이 사회는 여전히
스쿨미투를 평면적으로 이해해요. 우리는 스쿨미투의 핵심
적 가치들을 마주하지조차 않고 있어요.
스쿨미투 운동에서 고발자들만 말했다고 생각해요. 이 목
소리는 전시되지 않고 들려진 것이 맞을까요? 이런 구조에서
는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지칠 수밖에 없어요. 스쿨미투
가 고발에 대한 기록으로만 남지 않길 바라요. 고발자의 말
하기를 들은 우리의 말하기는 도대체 어디에 남은 것일까요?
이 운동이 우리 모두의 말하기나 우리 모두의 요구로 이어져
야 하지 않을까요?"
- 스쿨미투 이야기 중 발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