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뿐만 아니라 나는 여전히 이 학문의 가장 근본에 놓인마음,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경이에 이끌린다. 인간이 인간바깥의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그리고 불완전한 이해 과정을통해 재해석한 자연과 우주는 매력적이다. 불완전한 뇌를 지닌 인간은 일반화와 분류와 데이터의 해석을 통해서 세상을이해할 수밖에 없지만, 그 점진적인 접근이 삶의 영역을 약간씩 넓혀간다는 것, 그리고 그만큼의 미지를 더한다는 것은 언제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 특히 나는 그 인류 지식의 경계선에서,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지렁이와 선충과따개비 따위에 온 마음을 거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무한한 자기 확신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의심을 품고 앎의 세계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발견하면, 그 태도를 평생에 걸쳐서라도 조금씩 닮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