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버스를 기다리면서 들은 이야기가 있다. 초등학교에서 백일장 및 사생 대회를 개최했는데 자기 딸이 글짓기 우수상을 타왔단다. 글 솜씨가 전혀 없는 딸이 백일장에서 상을 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 딸에게 물었더니 그 딸 대답하길, 다른 애들은 글쓰기 싫다고 그림 그렸는데 자신은 그림 그리는 거 보다 글 쓰는 게 빨리 끝날 거 같아서 글 썼더니 자기 반에서 3명 밖에 글 쓴 사람이 없어서 자기가 상을 받게 되었단다. 비단 이는 그 여자 아이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리라. 오늘날 많은 이들이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일종의 두려움을 지니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잘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 부담감이 원인은 아닌 듯 하다. 음성 언어로는 잘 표현하던 것도 문자로 옮겨 적으려 들 때면 도통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글 쓰는 것 역시 왕도는 없다. 많은 글을 읽고, 무엇보다도 많이 써 보는 것이 글쓰기 실력을 배가할 수 있는 지름길인 것이다. 물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글로 적어나가는 것 역시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다른 이를 설득하는 목적을 지닌 글은 소설, 수필 등과는 또 다르다. 이를 위해서는 ‘논증’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논증. 이 단어를 들었을 때 당혹감을 느끼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종종 보곤 했던 논설문을 생각한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저자는 그 결론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근거나 증거들을 제시하는데, 그것이 바로 논증이니 말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이들은 연역법과 귀납법이 무엇인지 이해할 테니 말이다.
논증은 단순히 ‘내가 이렇게 생각하니 이것이 정답이다’ 혹은 ‘내 친구가 그렇다고 말했기 때문에 이것이 옳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주장을 보다 탄탄히 만들기 위해 우리에겐 우리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과 관련된 분야의 문헌들을 찾아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작은 수고를 통해 탄생한 우리의 글은 막연히 우리 스스로의 감정이나 짐작 등에 기반한 글에서는 느껴지지 않던 힘을 지니고 있다. 특히 우리가 인용한 글이 객관성을 띄고 있으며, 그 분야의 권위자에 의해 쓰여진 경우 그 정도는 더할 것이다. 물론 무턱대고 많은 예만을 나열하는 것은 나의 글을 오히려 난잡하고 정신 산만하게 만드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논리적 근거의 마련을 위해 나의 주장뿐만 아니라, 그것에 반하는 주장까지 섭렵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며 우리의 글이 지니고 있는 약점까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얇은 두께의 이 책이 말하고 있는 바는 너무도 간단하고, 또 어찌 보면 평이하다. 하지만 대다수의, ‘잘 쓰여지지 못했다’ 평가 받는 글들은 그 간단함을 위배한 경우가 많다. 기본적인 맞춤법의 위반에서부터 시작하여, 이들 글들의 대부분은 한 번만 주의 깊게 읽어본다면, 그것이 무엇인진 모르더라도, 어딘가 이상하다 싶은 것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짧게만 몇 분, 길게는 며칠 후에 다시 읽어보았을 때 발견할 수 있고, 수정할 수 있는 것들이다.
물론 글 쓰는 재주를 타고 난 사람들도 있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부분, 잘 쓰여진 글들은 끊임없이 쓰여지고 수정되는 노력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나는 믿는다. 그 노력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 이 책을 읽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