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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ockwith_mi님의 서재
  • 기파
  • 박해울
  • 10,800원 (10%600)
  • 2019-11-20
  • : 1,014
현재까지 SF영화들은 거대한 스케일과 얼마만큼 먼 미래의 일일지 가늠조차 어려운 미래의 일들을 살짝 엿볼 수 있게 해주는 통로같은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SF는 그 장르의 특성상 우주를 향하는 일이 많았고 인간이 아주 어렵고 복잡한 과정을 헤쳐나가서 결국은 인간의 일을 해내는 식이었다고 본다.

오직 기계의 판단으로 가족과 신체의 일부를 잃게 된 충담이 서사를 이끌어 나가는 이야기로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일이 될지도 모르는 일을 장편의 소설로 만들어낸 [기파].

필자는 SF에 대한 지식도 미미하며 해당장르에 대한 기초지식이나 흥미가 거의 없다시피했다. 그러나 기파는 SF마니아들에겐 과학적이거나 미래적인 상상력을 부추기는 요소가 부족하다고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두번의 완독 후의 감상은 지극히 인간적인 소설이라는 것이었다.

기계가 세상을 지배하고 인간의 우위에 설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생기던 몇 해 전의 알파고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이 소설을 통해서, 놀랄만큼 똑똑해진 기계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결국 인간이 원하는건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권력과 부를 축적한 인간은 언제들지 사들일수 있는 기계보다 결국은 같는 인간을 부림으로서 우월의식을 느끼게 되고 진정한 상류층에 속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현재에도 LOT나 기가지니, 로봇청소기 등 인간이 명령만 해도 복종하는 기계들이 빠른속도로 나오고 있지만, 집에 가사도우미를 두거나 운전기사를 둔 부유층에 대한 동경이 더욱 강한 것도 그 방증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이 소설을 읽고 은하철도999나 2020원더키디 같은 어릴적에 보던 익숙한 영상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또한 기계화되고싶지 않은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였고 몇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인간의 마음은 다르지 않다.

기파라는 소설을 읽으며 우리가 나아가게 될 길과 다가올 미래는 그리 멀지 않고 지금 살고있는 세상과 현저히 다른 이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주인공은 결국 진실보다는 개인의 이권을 선택하게 되지만 그것은 악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절대악과 절대선은 없는 세상에서 나를 위한 행복과 이익을 선택하게 되는 것은 미래에도 현재에도 다르지 않다.

정의라는 것이 늘 승리하지는 않는다는 작가의 말이 다시금 다가오게 되고 SF라는 장르가 막연한 미래를 상상하게 해주는 통로가 아니라 인간사를 다른방법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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