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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모르파티
  • 김세인
  • 16,650원 (10%920)
  • 2024-12-20
  • : 58

내가 읽은 『아모르파티』는 단순한 소설집이 아니라 그 이상의 깊은 의미를 지닌 작품이었다. 이 책은 고통을 통해 성장하고, 사랑을 통해 치유되는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동안 거침없고 활달한 문체로 삶의 본질을 날카롭게 파헤쳐 온 김세인 작가는 이 작품집을 통해 독자들에게 책을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세계를 선사한다.


가공된 인물과 실제 인물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에서는 인간이 숨기고 싶은 내면의 욕망과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들을 통해 그 적나라한 풍경과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마치 "내 파란만장한 인생을 소설로 쓰면 장편소설 한 권이 될 거야!"라고 외치는 독자들에게, 그들이야말로 삶의 주인공이자 가장 소설적인 인물임을 증명하고 있는 듯하다.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이러한 생각을 명확히 설명한다. 다음의 글은 이 소설을 이해하는 데 가장 정확한 해설이 될 것이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인물이든 현존하는 인물이든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작가가 구현한 공통점이 있다. ‘고통을 포용하고, 이를 통해 의지를 드러낸다.’ 죽음으로 한 삶의 역사가 마감되었지만, 남은 자들이 기억해줌으로써 죽은 자의 ‘의지’가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깨어보니 나 혼자더군. 그 새는 날아가버린 거였어.(And when I woke, I was alone. This bird has flown.)’ 그렇지만,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기로 했어, 라고 이 글의 인물은 말하고 싶어 한다."


이 책은 원효, 논개, 소설가 이문구와 같은 역사적 인물들의 삶을 통해 인간 존재의 운명과 그들이 겪은 고통을 탐구하며, 각 인물들이 어떻게 그 삶의 질고와 고통을 극복해 나가는지를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독자에게 고통의 의미와 그것을 포용하는 방법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우리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낸다.


표제작인 「아모르파티」에서는 폭력적인 남편과의 이혼을 준비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통해 고통받는 자의 힘겨운 선택과 자유를 향한 갈망의 대비를 보여준다. 이 천재적인 작가는 가장 쉬운 언어와 누구나 겪었을 법한 보편적인 상황을 통해 각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며, 독자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강력한 서사의 힘을 발휘한다. 능수능란한 필치로 재미와 사유를 동시에 안기는 이 작품은 '아모르파티'(네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철학적 단어가 왜 표제가 되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진자의 반격」에서는 사랑과 질투, 그리고 자아 발견의 과정을 통해 인간 관계의 단면을 엿보게 한다. ‘나’와 ‘진자’의 미묘한 감정 싸움은 삶의 선택이 가져오는 씁쓸함과 성장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앞서 언급했듯, 김세인 작가가 <작가의 말>을 통해 드러내는 고백은 더욱 감동적이다. 9년 만에 발표한 이 작품집이 단순한 문학적 성과가 아니라, 작가가 겪은 개인적 슬픔과 치유의 과정을 담고 있음을 설명한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느낀 슬픔과 그 속에서 다시 작가로서의 삶을 찾는 여정은 깊은 여운으로 다가온다. "나는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기로 했어"라는 문장은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의 고통을 포용하는 작가의 아름다운 심성과 의지를 느끼게 한다. 인생이 어차피 슬픔과 고통의 연속이라면, 나는 그것을 견뎌내고 모든 아픔마저 사랑하겠다는 성숙한 사유가 담겨 있다.


따라서 『아모르파티』는 단순한 소설집이 아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이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고통을 포용하며, 진정한 자유를 찾는 여정을 함께하길 바란다. 화쟁사상을 통해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그 통찰의 끝에 '일심'이라는 개념을 탄생시킨 원효가 평생의 방랑을 통해 결국 찾아낸 것이 '하나의 마음'이라는 생의 의미였던 것처럼, 김세인 작가의 깊은 사유가 담긴 이 작품집에 실린 모든 소설들이 독자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으로 다가가기를 바란다. 이 아름다운 소설을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인물이든 현존하는 인물이든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작가가 구현한 공통점이 있다. ‘고통을 포용하고, 이를 통해 의지를 드러낸다.’ 죽음으로 한 삶의 역사가 마감되었지만, 남은 자들이 기억해줌으로써 죽은 자의 ‘의지’가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깨어보니 나 혼자더군. 그 새는 날아가버린 거였어.(And when I woke, I was alone. This bird has flown.)’ -<작가의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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