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요즘 그림과 시에 푹 빠져 있다. 그림과 시는 공통점이 적지 않다. 특히 순수한 마음으로 자세히 보고 관찰해야 사랑스런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이 그러하다. 식탁 위의 사과 같은 일상 속의 사물을 그린 정물화나 자연 속의 대상을 노래한 영물시나 다 같은 마음과 정성이 필요하다. 그림 유튜버 '카롱쌤'의 그림 그리기 책을 보고 나니 더욱 그런 확신이 강해진다. 카롱쌤이 그림을 매우 쉽게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숫자와 알파벳을 이용해 누구나 귀엽고 예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길러준다. 책을 본 부모와 아이는 시인의 상상력과 화가의 상상력이 결코 다르지 않구나, 라는 점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림에 소질이 없는 터라 미술시간이 그닥 즐겁지 않았다. 미술 시간 준비물은 또 왜 그리 많은지, 쉬는 시간 물감통에 물 채우고 다시 씻고 하는 일이 번거로웠다. 물감보다 오히려 풀과 가위, 색종이, 점토와 철사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그리기보다 더 좋아했다. 만약 어릴 때 카롱쌤의 지도를 받을 수 있었다면, 그리기를 최애의 취미로 삼을 수 있지 않았을까. 카롱쌤은 숫자와 알파벳을 이용해 고양이, 강아지, 토끼, 사과, 딸기, 바나나, 공룡, 자동차, 로봇 등을 그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은 미술책이기 이전에 숫자와 알파벳을 이용해 우리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쑥쑥 키워주는 놀이책이다. 숫자 1이나 알파벳 A처럼 자주 보던 글자를 엉뚱하고 재미난 그림으로 바꿔보면서 '다르게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가령 숫자 2로 백조, 호박모자, 고양이, 개구리, 잉어를 그려 보고, 알파벳 I로 초코 음료, 아이스크림, 이글루 등을 그려본다. "그림을 그릴 때 이미지를 단순화한 다음 점차 확장해 가는 연습을 하면 그림 실력이 쑥쑥 자라나요."
네모, 세모, 동그라미, 선처럼 기본적인 모양들을 활용해 대상을 그리는 노하우도 알려준다. 가령 아홉 개의 네모만을 이용해 사자를 그릴 수도 있고, 여덟 개의 세모만으로 귀여운 강아지를 그려볼 수도 있다. 가로선, 세로선, 대각선, 곡선 등 기본 선 그리기 연습과 기본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깨우침을 준다. 삐뚤삐뚤한 선이나 구불구불한 선들이 이런 기본선들과 어우러져 앵무새가 되기도 하고 꽃과 화병이 되기도 하고 홍학이 되기도 한다. 정말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예술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