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세계적인 명배우 톰 행크스가 처음 쓴 장편소설 『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리드비, 2025)는 현실적이지만 다소 조증 분위기가 감도는 영화 제작 이야기다. 제작 환경이나 현장 관행이야 나라별, 감독별로 차이가 좀 있겠지만, 영화를 잘 모르는 장삼이사라도 영화 산업의 본고장인 할리우드 영화판의 대작 판타지는 요런 식으로 만들어진다는 감쯤은 충분히 잡을 수 있다. 뭐, '할리우드의 이면을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평까지는 아니어도 말이다.
걸작은 솔직히 거대 자본의 탄탄한 뒷받침이 요구된다. 일단 공룡 제작사와 흥행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스튜디오 다이나모는 〈울트라 히어로즈〉의 세계와 〈에이전트 오브 체인지(에오체)〉 시리즈를 창조하는 영화 왕국이다. 슈퍼히어로 시리즈 〈에오체〉 후속작이 유명 영화감독 빌 존슨의 손에 떨어진다. 바로 슈퍼히어로물 <나이트셰이드: 파이어폴의 모루>다.
영화의 원작은 1970년에 나온 만화책 〈파이어폴의 전설〉이다. 열아홉의 나이에 전쟁에 투입돼 화염방사병으로 전쟁을 치른 무명용사가 주인공이다. 원작자는 '트레브 보르'라는 필명으로 만화를 그리는 전업작가 로비인데, 화염방사병 출신의 삼촌 밥 폴스를 주인공으로 삼아 그린 언더그라운드 만화가 유명감독 빌 존슨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책 표지에 "미국 역사 내내 재미와 흥분으로 많은 소년을 형성해 온 것은 바로… 전쟁!"이란 문구가 인상적이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80년대의 람보나 코만도 같은 전쟁 영웅에 열광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만화지만 화염방사기 분사구로 불꽃을 적에게 먹이는 장면은 엽기적이고 소름 끼친다. 전투가 치열할수록 참전 군인은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기 마련. 로비의 삼촌 역시 태평양 전쟁의 트라우마를 꽤나 오랫동안 겪는다.
영화 제작의 길은 결코 수월하지 않다. 기획부터 깨지거나 도중에 꼬이거나 엎어지는 영화가 한두 편이 아니다. 주연 배우의 스캔들로 한동안 '창고 영화' 신세가 되는 대작도 드물지 않다. 감독 겸 각본가 빌이 만화 〈파이어폴의 전설〉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영화 캐릭터 울트라 나이트셰이드 때문에 골치 아프던 차다. 끝없는 회의, 예산과 촬영 일정의 압박이 빌 존슨 사단을 괴롭힌다. 하지만 각색을 비롯한 사전 제작은 촬영과 후반 작업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촬영은 한마디로 '전쟁'이다. 주연배우들이 갑질을 일삼는 폭탄이면 사달이 난다. 그리고 영상 편집을 비롯한 후반 작업은 무척 지루해 보이지만 영화를 정말 영화답게 만드는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