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챗GPT로 스마트폰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꾸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예술적 깜냥에 다시금 놀라는 요즘이다. 한창 보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장면들을 지브리 스타일로 변환한 사진들이 유튜브에 올라오는데, 이미지를 빠르게 갈아끼우는 '변신 놀이'에 나름 흥미와 재미를 느끼게 된다. 바야흐로 똘똘이 인공지능과 살갑게 지내는 법을 배워야 할 때다.
마이크로소프트 인공지능에게 가볍게 물었다, 독서와 피클은 무슨 관계냐고. 그러자 이렇게 답한다.
"독서와 피클이라니, 흥미로운 조합이네요! 겉보기엔 서로 완전히 다른 주제처럼 보이지만, 둘 다 일종의 "숙성"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피클은 오랜 시간 동안 발효 과정을 거쳐 독특한 풍미를 얻고, 독서는 시간을 들여 책의 내용과 지혜를 소화하며 우리의 사고와 감성을 "숙성"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혹시 피클과 관련된 독서나, 피클을 먹으며 독서를 즐기는 것 같은 특별한 경험을 묻는 거라면, 그것도 독창적인 대화 소재가 될 수 있겠네요! 어떻게 이런 생각이 떠오르셨는지 궁금합니다. 🙂"
정말 폭싹 컸수다, 인공지능. 요지를 잘 파악하고 있다. '숙성'과 '발효'란 키워드를 이용해 독서와 피클의 관계성을 제대로 짚어냈다.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계산과 연산, 추론과 요약 능력은 이미 인간지능을 초월하고 있다."라고 말이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인간지성'은 질적인 차이가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뛰어넘는 변곡점에 진입했다지만, 창의성과 상상력의 가능성을 펼쳐 보이는 지성과 지혜의 차원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지식생태학자 유영만은 이 책에서 지능과 지성, 복사본과 원본, 연산과 상상력, 직선주로와 곡선적 우회로 등의 차이에 기대어 인공지능과 인간지성을 대조한다. 동시에, 인공지능에만 의존하다 인간지성의 퇴화를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다시 말해서, 인공지능의 편리함에 너무 도취한 나머지, 불편함과 애매함을 견뎌야 발아하는 창조력과 지혜의 능력을 고사시키는 건 아닌지 우려와 경고의 메시지를 함께 전하고 있다.
"'편리한'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정답에 '감탄'할수록 문제의식은 실종되고 인공지능에 종속되어 '복사본'으로 살아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중략) 사람을 '감동'시키는 방법은 땀 흘려 축적한 자기만의 '원본' 스토리를 창조하는 '불편한' 인간지성을 접종하는 것이다. '감탄'은 머리에서 나오지만 '감동'은 심장에서 나온다."(24, 25쪽)
그렇다,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의 가장 큰 차별점이 바로 "감탄은 머리에서 나오지만, 감동은 심장에서 나온다."란 한마디로 압축된다.
디지털과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데이터 홍수가 일상을 집어삼키고 있다. 정보의 양은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정보의 질적 도약은 여전히 미비하다. 저자는 이를 "수평적 넓이에 무너진 수직적 깊이의 안타까움"으로 표현한다. 저자는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담론에 기대어, "지능은 수평적 확산을 통해 인식의 면적을 넓히려 하지만, 지성은 수직적 심화를 통해 인식의 깊이를 더하려 한다"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