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김태헌님의 서재
  •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
  • 김기현
  • 11,700원 (10%650)
  • 2016-07-12
  • : 1,586
“비판하라. 그리고 선함을 증명하라”
김태헌
현 시대는 우리에게 예언자를 요구한다. 미래를 예언할 예언자가 아니라 진정으로 시대의 불의와 악함에 반응할 예언자를 찾고 있다. 그러한 시대에 요구 앞에 이 책은 우리를 한 예언자에게로 인도한다. 그 예언자는 바로 하박국이다.

한국교회 안에서 하박국은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는 한 구절로만 이해되어 왔다. 그가 뱉어낸 분노와 정의에 대한 갈망은 무시 되었고, 맥락 없는 ‘믿음’만이 난무했다. 그러나 이 책은 다채로운 하박국의 모습을 우리에게 소개한다. 특히나 저자가 소개하는 회의, 저항, 정의와 같은 하박국서의 메시지는 2016년 11월을 살아가는 우리가 치열하게도 곰삭여야 할 개념들이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상태는 여전히 분노없음, 착한사람 콤플렉스에 빠져있다. 분을 내지 않는 것이 신앙생활의 척도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꼭 분노를 참는 것이 건강한 신앙임을 나타내지 않는다. 오히려 무관심의 반증일 수 있다. 왜냐하면 분노란 사랑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무신론자는 하나님에게 분노하지 않는다. 동일한 이유로 안토니오 그람시도 분노하지 않고 무관심한 사람을 사는 것이 아니라 기생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 땅에 터를 잡고 살아가면서도 애정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불만을 표현한 것이다. 하물며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는 어떻겠는가. 그러니 우리 좀 회의하고 분노하자.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이 있었다. “악이 있어서 신이 없다면, 선의 존재는 신의 존재를 지지한다”라는 C.S 루이스의 말이다. 다시 말해 선만이 신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치열하게 선을 보여야 한다. 세월호, 백남기 농민 사태를 향해 사람들이 신의 존재를 부인할 때 우리는 그들과 연대하고 연합하며 선의 존재를 증명해 내야 한다. 왜냐하면 예언자란 자신의 소리를 내지 못하는 자들을 대신하여 사소한 문제에도 큰 소리를 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예언자는 하나님의 소리에 민감함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헤셀에 따르면 “예언자의 가장 근본적인 경험은 하느님의 느낌을 함께 나누는 것, 하늘의 정념을 동조하는 것”이라고 한다. 예언자는 기계적으로 말씀을 되새겨 주는 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현실 속에서 하나님을 느끼고 그것을 기반으로 하나님의 뜻을 선포하는 사람이다.

예언자는 또한 비판하는 사람이다. 불의한 체제에 대해 하나님의 정의를 외치는 자다. 물론 대안 없는 비판은 공허하다. 파괴만을 가져 올 것이다. 그러나 예언자적 비판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예언자란 자신의 말만이 아니라 불의한 체제에서 고통당하는 자들과 함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말에서 멈추지 않고 연대로 나아갈 때 그것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시대에 아픔 속에서 예언자적 사명을 받은 이들이여 자기 의지에만 빠져있지 말자. 예언이란 공허한 말을 뱉는 것도, 비판적 사고만을 형성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신발 끈을 동여 매고, 지하철에 오르어 신음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 곳이 바로 하나님의 느낌을 나눌 수 있는 곳. 그것이 하늘의 정념에 동조하는 행위일 것이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