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은 지름길이 아니다
김태헌 2016/10/12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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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하나님을 어떻게 믿어요?
- 김기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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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 - 2013-07-19
: 785
“신앙은 지름길이 아니다”
아브라함 요수아 헤셀은 신앙이란 “사물의 불가사의함에 언제나 예민한 사람에게, 익히 알고 경험하는 구체적인 것들 속의 믿을 수 없는 알짬에 눈을 떼지 않는 사람에게 온다”고 했다. 이는 신앙이라는 것이 단순히 명제적이지 않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다 우리네 신앙이란 우리 삶 저변에 놓인 문제를 씨름하고 고민하는 사람에게 주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싸워내야 한다. 덮지 말고 열자는 말은 성경책을 덮지 말고 열자는 소리가 아니다. 주어진 질문과 고민에 정직하게 답하라는 것이다. 여기 두 명의 저자는 그렇게 마치 머리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싸웠던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저자는 ‘그런 하나님을 어떻게 믿어요?’라는 도발적인 제목과 함께 편지라는 형식을 빌어 우리로 하여금 남몰래 고민하던 문제들을 꺼내 놓도록 만든다. 예컨대 기적, 천국과 같은 이야기들은 모두가 궁금하지만, 교회 안에서 금기시 되어 전전긍긍(戰戰兢兢)하던 문제들이다. 뿐만이랴. 소통이 사라져버린 부자(父子)관계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가족관계의 대안을 발견하기도 한다. 양희송 대표의 추천 말처럼 이 책은 반칙, 아니 사기다.
더욱이 이들의 대화가 흥미로운 것은 아들과 아버지가 서로 다른 시각으로 질문과 대답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부자간의 대화가 아니라 사실과 진실의 대화랄까. 고딩 아들과 목사 아빠는 사실적으로 묻고 진실적으로 답한다. 기적이라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냐는 질문엔 그 기적이 담고 있는 의미를, 기도가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있냐는 질문엔 기도가 하나의 행위이자 신비라고 말이다. 사실이 아닌 것은 진실이 아닌가? 과학적으로 밝혀질 수 없는 것은 허구인가? 이 책은 우리에게 사실 너머 존재하는 진실을 보여준다. 목사 아버지의 대답을 통해 드러나는 기독교의 진실성은 근대적 사고에 함몰되어 있는 우리에게 신앙이란, 기독교를 믿는 것이란 무엇인지를 다시금 확립시킨다. 철저히 사고하라 그러나 그 너머의 진실을 보아라. 이것이 목사 아버지와 고딩 아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흔히 신앙을 “어지러운 비판적 사변을 가로질러 하나님의 신비로 직행하는 편리한 지름길”로 여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보여준 것처럼 신앙이란 단순히 명제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어지러운 비판적 사변의 길도, 사실을 넘어 진실을 볼 수 있는 끈기도, 이것들을 실천하는 몸의 행위들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우리는 사실 너머에 있는 진실을 볼 수 있다. 그렇다. 신앙이란 사실 너머에 있는 진실을 보는 것이다. 진리와 진실은 둘이 아니라 하나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그렇지 않는가. 사실적인 관계 보다 진실적인 관계가 오래간다. 사실적 관계는 사실이라 불리우던 것이 사라지면 시들어 간다. 오해가 일어나 사실적인 것에 문제가 발생하면 관계가 무뎌진다. 그러나 진실적인 관계란 다르다. 표면적인 대상이 아니라 표면 넘어 존재하는 그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사랑, 우정이 그런 것들이다. 보이진 않지만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 말이다.
관계, 사고, 신앙은 우리를 사실 너머에 있는 진실로 인도한다. 그러나 우리가 진실로 가는 이 길은 언제나 경험을 수반한다. 기독교인이 명제적인 답변을 거부해야 하는 이유도 그렇다. 실천을 통한 경험 없는 믿음, 사고란 죽은 것이기 때문이다. 표현 불가능한 것을 감지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진실이란 대상을 곰삭혀 보고, 경험하고, 그 옹글함을 느껴 보아라!
꽃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껴보기도 전에 꽃이 아름답다는 말을 먼저 배웠다. 그 말이 꽃의 아름다움을 꺽었다. 나는 꽃을 잃어 버렸다. <최초의 습격> - 고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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