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이야기
별들의이주 2026/07/0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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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이야기
- 최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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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 - 2026-06-12
: 680
최근 10대 극우화가 교실 안팎에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일베나 펨코 등 극우 커뮤니티에서 확산된 조롱과 혐오가 청소년들에게 일종의 놀이와 문화로 자리 잡았다. 중학교 학부모이다 보니 아이에게 듣는 교실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누구인지도 잘 모르면서 고인 능욕을 하거나 패드립을 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어떤 정치적 의도나 악의 없이 그저 낄낄거리면서 재미있어 한다는 것이다. 과연 일방적인 역사 교육이나 엄한 징계만이 해법일까.
현재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는 양극화와 분열로 위협 받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2024년 비상계엄이 선포되면서 큰 위기에 봉착했던 경험이 있다. 제도적 민주화는 지켜냈지만 일상의 민주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런 점에서 『청소년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이야기』는 청소년뿐 아니라 기성세대인 어른들이 먼저 읽고 사유해야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쓴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최태현 교수는 청소년과 ‘무엇’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지 질문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한국 현대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본다. 1960~70년대 성장과 독재가 공존했던 시기부터 IMF 외환위기, 세월호 참사 등 오늘날까지 다양한 쟁점으로 남아있는 이슈 등을 비중 있게 다룬다. 무엇보다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각자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어느 한쪽에 편향되지 않은 신중한 서술 태도가 신뢰를 준다.
한국 사회의 드리운 분단의 그림자,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씁쓸한 경험을 통한 광장의 민주주의 부분도 흥미롭다. 뒷부분은 국가란 무엇이며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는지, 언론, 검찰, 사법부와 헌법재판소, 시민 단체 등 공적 기관들의 역할, 민주주의를 대하는 마음 등에 대해 살펴본다. 선생님과 지수, 수빈, 민서가 나누는 질문과 대답이 자칫 무겁고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함께 생각해 봅시다’와 추가로 읽어 볼 도서 추천도 유용했다.
“오늘날 한국 정치의 가장 큰 위험 요소이자 비극 중 하나는 대화가 너무 어려워졌다는 사실”(p.121)이라는 문장이 마음에 남았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한데 나와 정치적 지향이 다른 사람과 소통할 만큼 여유가 없다. 대의는 눈앞에 닥친 사소한 일상에 쉽게 잊히곤 한다. 정치, 종교 이야기는 가족과도 나누는 게 아니라는 말은 어쩌면 회피가 아닐까. 정치와 관련해 생각이 다른 개인과 집단 간에는 애초에 건강한 토론이 불가능하다는 발 빠른 체념일지 모른다.
교실은 얼마나 민주적인지에 대한 꼭지를 흥미롭게 읽었다. 학교에서 교사는 정치적 발언을 하면 안 된다. 정치적 토론은 거의 금기에 가깝다. <시사인>959호에서 독립 언론 <토끼풀>의 청소년 기자들은 ‘대화’를 강조한다. 이 책에서도 학생들이 자유롭게 정치적 의견을 말하고 민주적 대화를 나누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비록 첨예한 논쟁이 있고 조심스럽지만 정치에 관심 없는 청소년들에게 일방적 설명이나 훈육보다 건강한 토론을 장려하는 ‘판’이 마련되면 좋겠다.
민주주의 사회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민주적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를 자주 맞닥뜨리게 된다. 정치 밖의 영역에서 “생계를 담보로 명령과 통제에 익숙한 삶”(p.190)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말미에도 언급되듯 민주주의는 매우 취약하며 완벽하지 않다. 나는 어떤 국가에서 살기를 원하는가. 또 어떤 시민이 될 것인가.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생각하게 된다. 어떤 이념도 ‘사람’에 우선하지 않는다는 메시지에 공감하며 ‘마음의 힘’을 길러보기로 한다.
아이와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 많았다. 시험 기간이라 아직 책을 권하지 않았지만 아이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공유할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아울러, 원치 않아도 듣게 되는 또래 친구들의 조롱과 혐오 발언 속에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할 것인지 함께 고민해보고 싶다.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다. 결국 그러한 다양성마저 민주주의의 속성일 것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피로 지킨 과거 민주주의의 결과라는 사실만은 늘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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