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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_ㅈ님의 서재
  • 우리는 지금 소설 모드
  • 하유지
  • 12,600원 (10%700)
  • 2025-09-17
  • : 1,535
『우리는 지금 소설 모드』는 소설 쓰기를 좋아하는 중학생 미리내와 집안일 로봇 아미쿠의 우정을 그린다. 소설의 배경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상용화된 가까운 미래. 회사 업무로 바쁜 엄마가 아미쿠 3.1 최신 버전 체험단에 당첨된 것이 발단이 된다. 집안일을 완벽하게 해내기는커녕 하는 일마다 실수투성이인 아미쿠. 하지만 엄마는 배우면 배울수록 똑똑해진다면서 미리내에게 잘 가르쳐보라고 조언한다.

시크하게 보여도 미리내는 ‘관심’이 필요한 아이다. 엄마는 얼굴 볼 틈도 없이 바쁘고 프로그램 개발자였던 아빠는 인공지능에게 밀려 퇴직한 뒤 제주도의 당근 농장에서 일한다. 엄마아빠의 관계는 그리 원만하지 않아서 두 사람이 혹시 이혼하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도 대화조차 해본 친구가 없다. 그런 미리내의 유일한 즐거움은 연재 사이트에 ‘도로시’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올리는 것이다.

조회 수가 나오지 않아 풀이 죽어 있던 미리내는 아미쿠 덕분에 소설 제목도 바꾸고 점점 독자들의 반응을 얻게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반 친구들에 의해 미리내가 인공지능을 활용해 소설을 쓴다는 혹평을 듣는다. 이 에피소드는 독자들에게도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창작의 윤리에 대해 되묻게 한다. 어디까지가 미리내가 쓴 것이고 어디까지가 아미쿠의 몫일까. 그 사이에서 미리내는 혼란을 느낀다.

이런 혼란은 애꿎은 분풀이로 이어지고 아미쿠를 교환 신청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계수나무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아미쿠가 리퍼브되어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연락을 받게 되는데. 과연 미리내는 아미쿠와 다시 함께할 수 있을까. 미리내에게 실패한 로봇으로 남고 싶지 않다던 아미쿠처럼 미리내 역시 실패를 딛고 한 걸음 나아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는 성장 과정을 응원하게 되었다.

미리내와 아미쿠의 관계가 일방적으로 그려지지 않는 점이 흥미로웠다. ‘마음’에 대해 고민하고 자아를 가지고 싶어 하는 아미쿠는 미리내가 학교 친구 누구와도 할 수 없던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존재였다. 본래 기능인 집안일은 형편없지만 미리내에게 딱 필요한 유사 인격 모드를 탑재한 아미쿠는 어쩌면 인간관계에 갈증을 느끼고 각자의 분야에서 더 나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판타지처럼 묘사된다.

소설 쓰기는 독자의 읽는 행위를 전제로 한다. 첫 번째 독자가 되어 방향성을 제시해준 아미쿠가 아니었다면 미리내의 소설은 외로운 넋두리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인공지능 시대를 바라보는 엄마아빠의 상이한 생각처럼 앞으로 인류는 어떻게 살아가게 될 것인지 상상해 볼 수 있었다. 또 하루가 다르게 가변화되는 흐름 속에 소설 쓰기와 같은 예술의 가치는 어떻게 자리매김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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