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별들의이주 2024/11/2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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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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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극작가, 전기 작가로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의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 그는 나치가 정권을 잡자 오스트리아를 떠나 런던으로 피신했다. 이후 뉴욕으로 갔다가 브라질로 망명했지만 깊은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1942년 아내와 동반 자살로 생을 마쳤다. 최근 발간된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의 부제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으로, 그동안 발표되지 않았던 미공개 에세이 9편을 묶은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치즘의 광풍이 몰아친 어두운 시대에 한 줄기 희망을 찾고자 했던 그의 간절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걱정 없이 사는 기술」에는 일정한 거주지 없이 마을의 온갖 허드렛일을 돕는 안톤이라는 사람이 나온다. 작가는 안톤을 통해 사소하고 어리석은 돈 걱정 대신 여유롭고 태평하게 살 수 있는 여유에 대해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행을 느끼는 건 대부분 더 많이 갖지 못해서다. 그런 점에서 물질에 집착하지 않고 타인에게 베풀 줄 아는 안톤의 모습은 작가가 살았던 시대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나에게 돈이란」에서도 돈의 노예가 되기보다 어떤 사람이 되어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느낄 수 있었다.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가 처형되던 역사적 순간을 외면하고 센강에서 유유자적 낚시를 하던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젊은 시절 작가는 그러한 대중의 무관심에 분노했지만 생각을 달리한다. “이 시대의 대다수는 역사가 아니라 언제나 오직 자신의 삶(p.54)”을 살며 “평범하지 않은 사건들이 사방에서 벌어지더라도 일상생활은 평범하게 계속 이어진다(p.55).”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온갖 뉴스를 보면 피로감이 느껴진다. 깨어있는 민주 시민의 의식과 행동이 세상을 변혁하지만 작가가 깨달은 통찰도 일리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안위를 위해 불의에 눈감을 수는 없다. 「필요한 건 오직 용기뿐!」에서 그는 학창 시절 친구를 위해 나서지 못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공감의 말과 행위는 도움이 가장 절실한 순간에만 참된 가치가 있다(p.33)”는 것을 되새긴다. 자유를 빼앗긴 시대에 지식인으로서 느낀 절망과 분노가 「거대한 침묵」 등에서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고 용기를 잃지 않는다. 왜 당신은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삶을 버렸느냐고 묻고 싶지는 않다. 곡진한 글들은 사실 어떻게든 견디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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