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될 테야
별들의이주 2024/07/1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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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이 될 테야
- 홍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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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6
『괴물이 될 테야』는 홍일표 시인의 첫 동시집이다. ‘첫’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빛나는 발견과 노련함이 느껴진다. 찾아보니 30년 동안 여러 편의 시집을 낸 베테랑 시인이다. 제목만 보고 모리스 샌닥의 그림책 『괴물들이 사는 나라』가 떠올랐다. 엄마에게 화를 낸 맥스가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모험을 떠나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 돌아온다는 내용으로 출간 당시 말썽쟁이 어린이의 반항이 비교육적이라는 이유로 금서가 되었다고 한다.
표제작 「괴물이 될 테야」는 “보름달 가면을 쓴 얼굴 하얀 괴물”이 되기를 바라며 “엄마 없는 무서운 밤도/ 햇볕 안 드는 지하방도 꿀꺽” 삼켜버리겠다는 어린이의 다짐을 담고 있다. “학교 가기 싫은 날/ 학교도 먹어 버릴지 몰라”라는 고백이 귀엽고 당돌하다. “아빠가 올 때까지/ 저무는 해를 안고/ 나는 혼자 어두워진다/ 나는 혼자 컴컴해진다(「저녁이 싫어요」)”거나 “나만 아는 비밀(「엄마 생각」)”을 가진 어린이도 괴물이 되면 좋겠다.
지팡이로 땅을 진찰하듯 걷는 눈이 어두운 할머니(「지팡이」), 재봉틀처럼 바다를 꿰매는 통통배(「지팡이」) 등 익숙한 대상을 다르게 보도록 안내하는 재미있는 상상력에 새삼 감탄하다가, “산초나무와 싸리나무 사이에/ 두 마음이 오가는/ 은구슬 반짝이는 출렁다리(「거미줄」)”에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빗물을 받쳐 든 ‘땅바닥(「소나기 지나간 날」)’과 쓰러지지 않으려고 서로가 서로를 받쳐 주는 ‘청보리(「봄」)’는 또 어떤가.
어른들이 마음을 몰라줘서 “도깨비 뿔을 단 해”를 그리거나(「내 마음」)과 동생만 좋아하는 엄마가 야속해 뒹구는 깡통을 걷어차는 아이의 모습은 어쩌면 지금 내 아이의, 혹은 먼 옛날 나의 자화상이 아닐까. 동시집을 읽으면서 느낀 건 “한 걸음도 걷지 못하는 오리나무(「오리나무」)”에게 안부를 묻는 것 같은 시인의 다정한 목소리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을 진심을 다해 전달하는 49편의 동시. 『괴물이 될 테야』를 아껴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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