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문턱에서 알게 된 삶과 죽음의 비밀
별들의이주 2023/11/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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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 : 코끼리와 코요테
- 나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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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11-25
- : 820
죽음을 앞둔 코끼리가 있다. 좋아하는 체리 하나 잡아챌 힘도 남아있지 않은 코끼리 앞에 어디선가 코요테 한 마리가 나타난다. 코끼리는 코요테의 존재가 반갑지 않다. 어떤 목적으로 주변을 맴도는지 뻔히 들여다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반기지 않는 코끼리에게 코요테는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코끼리가 코끼리답게 산 것처럼 자신은 코요테답게 사는 것뿐이라고. 죽음은 두렵다. 나의 죽음도 그렇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도 상상할 수 없다. 슬픔을 겁내서 덜 사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코끼리 역시 곧 삶이 끝난다는 생각에 몹시 슬퍼한다. 하지만 코요테의 생각은 다르다. 이 세상에 ‘끝’이란 없으며 모든 생명은 순환한다는 것을 차분히 들려준다. 코끼리를 위로하기 위한 어쭙잖은 개똥철학이 아니라 그동안 세상을 떠돌며 보고 경험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한 것이다. 자신을 놀린다고 화를 내던 코끼리도 어느새 코요테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이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비밀로 가득하고 죽고 나면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게 된 코끼리는 마침내 덤덤히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코끼리가 죽기 전 코요테를 만나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슬픔에 몸부림쳤을지 모른다. 김상욱 교수의 책 『떨림과 울림』을 보면 우주에서 죽음은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이며 모든 생명은 원자로 돌아가게 된다는 대목이 나온다.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원자는 영원불멸하니 지나치게 슬퍼할 이유가 없다. 그림책에서 말하는 ‘비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삶은 유한하다. 그러니 하루하루를 ‘나답게’ 채워가며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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