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흐른다
별들의이주 2023/09/10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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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흐른다
- 송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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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 2023-08-30
: 890
모처럼 아름다운 그림책을 만났어요. 수채화 느낌의 표지에 마음이 일렁입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뒤돌아선 주인공에게 과연 어떤 사연이 있을까요. ‘나’는 아침마다 강가를 걷습니다. 잠시 멈춰 서서 강물을 들여다볼 때도 있지요. 아마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날이었을 것입니다. 놀라운 일이 일어나요. 곧 수업이 시작될 텐데 ‘나’가 강물 속으로 뛰어 들거든요.
여기에서부터 굉장히 흥미진진해집니다. 여전히 강가에 서 있는 ‘나’와 강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서로 다른 존재일까요? 그때부터 ‘나’는 강물 속에서 헤엄치는 ‘나’가 신경이 쓰입니다. 어쩌면 부러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업 시간에도 계속 그 생각뿐입니다. 강물은 겉으로 보면 잔잔하지만 수없이 많은 물결이 부딪치고 흐르지요. ‘나’는 강물 속의 ‘나’에게 돌아오라 말합니다.
일상의 루틴을 지키며 학교에 가야 하는 ‘나’도, 가끔은 일탈하고 싶은 ‘나’도 모두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일 뿐입니다. 어른이 된 지금에야 비로소 알 것 같아요. 청소년 시절 나도 그랬으니까요. 모순된 여러 개의 자아를 받아들이지 못해 혼란스러웠거든요. 다행입니다. 강물 속의 ‘나’를 바라보는 세 번째 ‘나’가 강물로 풍덩 뛰어듭니다. 강물에서 ‘나’는 실컷 웃고 자유롭습니다.
나만의 고유한 시공간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나’에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강물 밖에서는 마음껏 웃어본 적이 없다는 ‘나’의 고백이 안타까워요. 내가 가장 나다워질 수 있는 강물은 누구나 한번쯤 꿈꿔본 세계가 아닐까요. 이 그림책은 한 장 한 장 천천히 넘기며 읽어야 고요한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침내 반짝이는 물결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마음이 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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