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ㅈ_ㅈ님의 서재
  • 백 살이 되면
  • 황인찬
  • 15,300원 (10%850)
  • 2023-04-05
  • : 2,812
그림책 『백 살이 되면』은 백 살이 되면 좋겠다는 말로 시작된다. 놀랍게도 이 그림책은 볼 때마다 느낌이 계속 달라진다. 처음에는 죽음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했다. 깨고 싶지 않은 긴 잠을 삶이 끝난 뒤의 영원한 휴식으로 받아들였다. 사람이 죽으면 마지막까지 살아 있는 감각이 청각이라고 하던가. 그림책 속 화자는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나’는 사라지고 외부와 연결되는 의식의 흐름이 이어진다.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현실 너머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곳에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쉬고 있다. ‘빛을 받고 뿌리를 뻗으며’ 나무가 되는 상상. 단잠에서 깨어나도 여전히 한낮인 그곳. 온 가족이 나를 둘러싼 가운데 ‘백 년 동안 쉬어서 아주 기분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을 누구나 꿈꾸게 되지 않을까. 언젠가 나의 임종도 그랬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낮잠 자듯 고요하고 편안하게.

지금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진다면 차라리 눈을 뜨고 싶지 않겠지. 그럴 때 백 살이 되면 좋겠다는 말은 절망과 탄식에 가깝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흔들어 깨울 수 없는 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모든 것이 다 괜찮아질 것이다. 황인찬 시인의 시와 서수연 작가의 그림이 만난 이 그림책은 낮잠을 자고 일어난 뒤의 느른한 잠자리를 닮았다. 한잠 푹 자고 나면 개운해질 거라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