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玉噺各哂(옥신각신)
  •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
  • 강신주
  • 14,400원 (10%800)
  • 2011-09-30
  • : 2,274

 강신주 작가의 책을 읽기 시작하게 만든 책이었다. 아니다. <장자 :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이 먼저였는지도 모른다. 암튼 이 책은 철학의 문학적 접근에 끌려 읽었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말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진짜 집과 암호에 대한 생각을 잊게 되었습니다. 철학자 아도르노의 이야기를 음미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주저 <부정변증법>에 등장하는 구절이었을 겁니다. "대상을 인식한다는 것은 자물쇠들을 여는 것과 같고, 그 열림은 하나의 개별적인 열쇠나 번호가 아니라 어떤 번호들의 배열에 의해 이루어진다."라는 취지의 생각이었지요."

 "막상 살아가다 보면 어떤 문도 열지 못하는 나약한 상태라는 것을 종종 깨닫게 됩니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려면 암호를 스스로 만들어내야만 합니다. 다른 사람이 알려주는 암호로는 우리가 들어가고 싶은 문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보다 먼저 암호를 다양하게 배열해서 문을 열려고 했던 작가들의 분투는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갖습니다."

 

 바로 지금이 그런 때 중의 한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닫는 이즘이.

 

 책은 '이성복과 라캉'에서 시작하여 '허연과 까뮈'까지 열 네 개로 이루어져 있다. '프롤로그'에서 라흐마니노프 연주회에 갔었던 일화를 들려준다.

 

 "...집중은 자신을 떠나서 관심을 가진 무엇인가로 건너가는 상태니까 말입니다. 영어로 관심이나 흥미를 뜻하는 'interest'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사실 이 단어는 '사이'를 뜻하는 라틴어 '인테르inter'와 '존재함'을 뜻하는 '에쎄esse'로 이루어진 말입니다. 그러니까 '사이에 존재함'으로써 'interest'는 나와 타자 사이에 존재하게 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렇습니다. 집중은 바로 내가 나와 어떤 타자 사이에 머물러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집중의 상태는 완전히 나로 머물러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타자로 건너가서도 안 됩니다."

 

 "인문학은 다른 학문과는 달리 '고유명사'의 학문입니다. 수많은 시인과 철학자들은 자기만의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노래하거나 논증합니다. 그들의 시와 철학에는 유사성은 있지만 공통점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김수영의 시와 신동엽의 시, 그리고 바흐친의 철학과 바르트의 철학이 유사하지만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모든 시인과 철학자는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는 데 성공한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수많은 시인과 철학자들의 궁극의 유사성은 바로 그들이 자기만의 제스처와 스타일을 완성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블로그로부터 시작해서 여기 서재까지 오면서 생각했던 일도 그렇다. 수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글들, 과연 나는 어떤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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