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전체보기

알라딘

서재
장바구니
玉噺各哂(옥신각신)
  • 대성당 (무선)
  • 레이먼드 카버
  • 12,150원 (10%670)
  • 2014-05-23
  • : 13,087

 작년 7월에 구입한 책이다. <작가란 무엇인가>를 읽다가 구입해놓고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작가 김연수가 옮기고 책 뒤편에 해설을 썼다.

 모두 15편의 소설이 들어있다.  <깃털>에서는 공작과 함께 사는 가족 이야기가 나온다. 공작과 함께 사는 모습이라니, 상상조차되지 않는다. 그 집 티비 위에는 치아교정받을 때 만든 치형이 올려져 있는데, 그걸 보고 두쌍의 부부가 이야기를 나눈다. 거실 티비 위에 올려진 치형을 실제로 본다고 생각하면 섬뜩할 것 같다.

 <칸막이 객실>에서 주인공 마이어스는 팔 년 만에 만나는 아들을 만나러 기차를 타고 가고 있다. 이혼하기 전 부부의 싸움에서 아들은 아버지에게 달려들자 마이어스는 아이의 목을 졸랐고, 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마이어스의 등과 콩팥 부위를 주먹으로 때렸다. 그렇게 헤어진 뒤 단 한번의 전화도 엽서도 없었던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아들을 만나기로 한 역에 내리기 전에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아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인 값비싼 시계가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얼마 후 자신이 아이가 보고 싶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그는 기차에서 내리지 않았고, 기차 객차를 분리시키는 바람에 그가 앉은 자리를 못찾게 되면서 가방까지 잃어버린다. 뒤엉켜버린 여행, 뒤바뀐 기차...그제서야 며칠 동안 자지 못한 잠속으로 들어간다는 내용이다.

 소설 중에서 글을 읽고 생각하게 만든 소설은 마지막 글인 <대성당>이었다. 주인공의 부부에게 아내가 젊었을 때 알던 한 맹인이 찾아온다. 주인공은 평생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맹인을 대하는 일에 당황해하고, 티비에 나오는 대성당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맹인한테 묻는다.

 

 "대성당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감이 있습니까? 그러니까 어떻게 생긴 건지 아시느냐는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누가 대성당이라고 말하면 그 사람들이 무엇에 대해서 말하는지 개념이 잡히느냐는 거죠. 말하자면 대성당이 침례교회 건물과 어떻게 다른지 아시느냐는 거죠."

 

 그러자 맹인은 종이와 펜을 가져오라고 한 뒤 두 사람의 손을 겹쳐 잡고 같이 대성당을 그려보자고 한다. 대성당을 그리면서 맹인이 말한다.

 

 "자네 인생에서 이런 일을 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겠지. 그렇지 않나, 이 사람아? 그러기에 삶이란 희한한 걸세."

 

 그림을 그리던 중에 맹인은 주인공한테 눈을 감고 다시 둘이 같이 그림을 그리자고 한다. 마지막 부분은 이렇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했다. 내 손이 종이 위를 움직이는 동안 그의 손가락들이 내 손가라들을 타고 있었다. 살아오는 동안, 내 인생에서 그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우리집 안에 있었다. 그건 분명했다. 하지만 내가 어디 안에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거 진짜 대단하군요." 나는 말했다."

 

 옮긴이 김연수는 '해설'에서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다.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은 자신의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 비로소 타인과 세계의 목소리를 듣고, 또 그 목소리를 통해 '뭔가'를 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집이다."

 

 그리고 레이먼드 카버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한번도 자전적인 것을 쓴 적은 없지만, 내 작품은 대부분 나 자신에 대한 것들입니다."

 

 열광할 만큼 와닿는 소설은 없었다. 다만 <열>에서

 

 ""암시가 중요한 거야>"..."의도가 보이면 그건 그림을 잘못 그린 거야. 알겠니?"

 

부분에 밑줄을 그으며, 창작이라는 게 그래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