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玉噺各哂(옥신각신)
  •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김정선
  • 12,600원 (10%700)
  • 2016-01-24
  • : 32,776

 책읽고 글쓰는 일을 그저 일상의 가장 큰 즐거움으로 여기며 산다. 나의 글쓰기는  세상에 내놓는 게 목적이 아니라 수행자처럼 그렇게 일상으로 여겼기에 글을 다듬는 일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손에 들어온 이 책은 의외의 가르침을 주었다.

 먼저 일종의 문장론에 가까워 딱딱하기 쉬운 책을 소설보다 더 멋진 구성으로 쓰여졌다는 사실에 놀랐다. 교정 교열 작업을 하는 저자에게 어느 날 메일이 와서 묻는다. "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하고. 그렇게 이 책은 시작하여 마지막에 그 메일 발신인 정체를 밝히는 걸로 끝을 맺는다. 추리소설을 읽듯 흥미진진한 진행에다 문장을 다듬는 일에 대한 본문 내용이 그 어떤 글쓰기 이론서보다 도움이 되지 않나 싶다.

 이 책을 읽을 당시 나는 단편 소설을 쓰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저저의 책 <동사의 맛>과 <소설의 첫문장...>을 더 사서 읽었다. 저자의 책을 읽기 전과 읽고 난 후의 내 문장이 확연히 달라졌다. 문장이 달라진다는 것의 느낌은 수행자의 수행의 단계가 올랐음을 느끼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 책은 문장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소설 한편을 읽는 것 못지 않게 행간에서 멈추게 하는 부분들도 많았다. 예를 들면 이런 부분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있다. 너무 당연해서 원칙이라고 여기지 못하는 원칙, 그건 누구나 문장을 쓸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써 나간다는 것이다.

 이 말은 누구나 문장을 읽을 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읽어 나간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실제로 문장을 읽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그러니 문장을 쓰는 방법도 그와 다를 수 없다.

 더군다나 한글 문장은 영어와 달리 되감는 구조가 아니라 펼쳐 내는 구조라서 역방향으로 되감는 일 없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계속 풀어내야 한다.

 ...영어 문장의 되감기는 공간으로 의미를 만들었다면 한글 문장의 펼쳐 내기는 시간으로 의미를 만든 셈이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문장의 주인이 문장을 쓰는 내가 아니라 문장 안의 주어와 술어라는 사실이다.

 ...'나는.....'이라고 쓰는 순간 글을 쓰는 '나'는 이미 자신과는 다른 '나'를 창조하는 셈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수많은 나를 만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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