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전체보기

알라딘

서재
장바구니
玉噺各哂(옥신각신)
  • 장 그르니에
  • 7,650원 (10%420)
  • 1993-07-01
  • : 8,859

 십대를 걸쳐 이십 대까지 사랑한 - '사랑'이었다 - 작가는 헤세와 도스토옙스키, 까뮈 등이었다. 까뮈의 스승이기도 한 장그르니에의 <섬>이 서문은 까뮈의 글로 시작한다. 알제에서 스무 살에 처음 이 책을 읽고 받은 충격을 까뮈는 이렇게 말한다.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읽고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고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에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나는 아무런 회환도 없이,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열어보게 되는 저 낯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

 

 이십 대, 이 책을 읽었을 때, 나도 그 낯모르는 젊은 사람이었다.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다시 읽은 책이다. 이십 대에 이 책을 읽고 기억하는 구절은 없다. 하지만 아주 강렬하게 남아 있다. 이 책을 읽은 이후 '섬'이라는 말을 듣거나 글자만 봐도 숨이 멎고 발걸음이 멎었다. 여행중이었던 어느 낯선 도시의 거리 간판 이름 <섬>을 발견하고는 버스에서 내려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던 걸 기억한다.

 기차 여행길에 다시 읽으면서, 글의 시작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저마다의 일생에서, 특히 그 일생이 동터 오르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다시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8개의 꼭지글 중에 처음의 '공의 매혹'이 좋았다.

 서문 중 옮긴 이 김화영은 이렇게 썼다.

 

 "겨울 숲속의 나무들처럼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서서 이따금씩만 바람소리를 떠나보내고 그러고는 다시 고요해지는 단정한 문장들, 그 문장들이 끝나면 문득 어둠이나 무(無), 그리고 무에서 또 하나의 겨울 나무 같은 문장이 가만히 일어선다. 그런 글 속에 분명하고 단정하게 찍힌 구두점."

 

 '또 하나의 겨울 나무 같은 문장'을 '가만히 일어서게'하고 싶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