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소셜미디어, 온라인커뮤니티, 위키피디아, 온라인게임 등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학습 방법의 출현에 대한 고찰이다.
이제껏 우리는 인터넷이나 블로깅, 게임은 공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고,
취미생활일 뿐이라 여겼고, 공부는 어려운 것이고 어려워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이러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잘 나타내는 부분이 있다.
라이어슨대학의 1학년인 크리스 애버닐은 페이스북에 서로의 숙제를 도와주는 온라인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다. 이를 알게 된 학교측은 애버닐을 학문적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고발했다.
학교 측이 제시한 세 가지 이유는
첫째, 공부는 어려워야 한다. 학생들이 학습의 어려운 작업을 거쳐야 하며 쉬운 방법을 찾아서는 안 된다.
둘째, 온라인상으로는 학생들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규정이나 구조가 없기 때문에 학술적 연구와 양립할 수 없다.
셋째, 새로운 온라인 도구는 학문적 고결성을 위협한다. 때문에 학자로서 그러한 위협을 이해하고, 위협을 측정하고, 어떻게 불법 행위를 피할 수 있는지 교육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의 교직원 배심원단은 애버닐에게 무혐의라는 판결을 내렸다. 페이스북이 부정행위를 이끌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93~95쪽 발췌
이 사건에서의 학교 측 주장이 극단적이기는 하나, 인터넷을 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에 걱정을 담게 되는 우리의 현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세상은 지금도 아주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는 우리의 생활 방식을 바꿀 것이며, 공부법 역시 바꿀 것이다.
20세기가 변화에 대항하기 위해 안정성을 만들어내고 천천히 적응해나가는 데 주력했던 시대라면 21세기는 변화를 거부하지 않고 포용하는 시대다. -58쪽
예를 들어 보자. '물고기 한 마리를 주면 하루를 먹고 살 수 있지만,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주면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격언의 기저를 이루는 원리가 오늘날 교육의 목표를 대변한다고 보는 교육학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 격언에는 잡을 수 있는 물고기가 끊임없이 공급될 것이고 한 번 배운 낚시 기술이 평생 유용할 것이라는 가정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거기에 20세기 교수 모형이 실패한 주된 원인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충분히 오랜 기간 동안 상대적으로 변하지 않고 지속된 것이므로 그것들은 전달할 가치가 있다는 믿음이 대부분의 상식이었다. 변하지 않는 사실, 생각, 개념들도 물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자원의 보고(pool)이 더 이상 가능한가? 또한 이른바 물고기라고 식별할 수 있는 것들이 늘 연못 속에 있기는 한가? -54쪽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평생 새로운 것을 공부를 해야하는 사람들에게 20세기의 정적이고 안정적인 지식을 주입하는 것은 계속 새로운 무언가를 주입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건 굉장히 끔찍한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방법을 찾아냈다.
위의 인용문에서 나왔듯 변화를 포용하는 것이다.
2005년, 짐 가일스가 실시했던 연구 결과를 발표한 <네이처>에 따르면
위키피디아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오류는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더 한 발 나아간다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확정된 결과만을 보여주지만
위키피디아는 특정 지식에 관한 논쟁의 과정을 보여준다.
지식이 '안정적인 지식'으로서 고정되기까지의 변화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20세기의 '교육법'을 대변한다면,
위키피디아는 21세기의 '학습법'을 대변한다.
21세기의 '학습법'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가 드러난다.
또한 위키피디아에는 또 다른 학습법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만이 집필에 참여할 수 있다면,
위키피디아는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이 시점에서 '공동체'와 '참여'가 학습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한다.
새로운 공부 문화에서 학습 공동체는 참여의 매개체다. 학습 공동체는 중립적 내용으로 이루어진 플랫폼으로 참가자들 간 상호작용을 통해 채워지기를 기다린다. 그렇기 때문에 그 존재 이유인 동료 간 학습이 용이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렇게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공동체는 자연스레 해체가 된다.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자금의 투자가 실제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체 또한 용이하다.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면 하루는 먹을 수 있다. 사람에게 낚시를 가르치면 물고기가 계속 잡히는 한 물고기를 잡아먹을 수 있다. 그러나 학습 공동체를 형성하면 모든 사람은 평생 동안 어떻게 먹을 것을 찾을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다. -72쪽
학습 공동체의 활동을 통해 교수에서 학생으로의 일방향 교수법이 아닌,
상호작용을 통한 학습법을 깨우치게 된다.
그리고 앞서 라이어슨대학의 애버닐이 스터디 학습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것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 더해져 문제를 해결하니 다양한 관점의 문제 해결법을 얻을 수 있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방법과 사람들의 다양성을 배우게 된다.
여기서 20세기와 21세기 공부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20세기의 공부는 혼자서 하는 것이었다.
교수의 말을 얼마나 잘 이해하며, 기존의 지식을 얼마나 잘 암기하느냐 모두 자기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그러니 학습 능력을 평가하는 것도 '무엇'을 얼마나 아느냐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상상력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21세기의 공부는 학습 공동체와의 유기적인 관계에 의해 이루어진다.
다양한 생각들이 공존하며, 그 안에서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름, 즉 정체성을 깨닫게 된다.
다양한 사람들은 똑같은 방법으로 제시된 똑같은 정보를 받았을 때 다른 것을 배운다. 대부분의 교육과 학습 모형은 이러한 종류의 것에 대해 허용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교육은 문제의 원인을 없애는 데 집중한다 : 바로 학생의 상상력. -108~109쪽
2010년 봄, 저자 중 한 명은 상상할 수 있는 한 최고로 힘든 교육 체계의 문제점을 접하게 되었다. 더글라스는 대학생 우등 과정 세미나를 가르치고 있었고, 그 과정의 목표는 학생들이 자신의 우등 과정 논문의 계획안을 만드는 것이었다.
(......) 그러나 학생들에게 강의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은 더글라스가 가장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첫 번째 과제였다 : 자신의 논문 주제를 정하기.
(......)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것이 무엇이지요? 매일 아침마다 일어나서 쓰고 싶은 것이 무엇입니까?" 더글라스는 거의 모든 학생이 다음과 같이 대답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먹었다. "잘 모르겠어요. 그런 질문을 받아 본 적이 없거든요."
12년 간 초중고 시절과 3년 동안 대학에 다녔음에도 학생들은 자신이 가장 마음이 가는 열정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껴본 적이 결코 없었다. 실제로 이러한 생각 자체가 그들에게 얼마나 어색했던지 거의 모든 경우에 자신들에게 진짜 중요한 주제들은 바로 그러한 이유로 빼버렸다. 자신들이 열정을 갖고 있는 것들이 (형식적) 수업 과정의 일부가 돼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109~110쪽
여기서 묘사하는 장면은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진로 상담에서 가장 많은 아이들의 고민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고, 잘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현재의 교육이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 책에서는 질문하는 학습법을 제안한다.
만약 예를 들어 질문이 대답보다 더 중요하다면 어떨까? 만약 공부의 열쇠가 기술의 적용이 아니라 발명이라면 어떨까? 만약 학생들이 진짜 자신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 112쪽
예를 들어 농구를 좋아하는 학생을 생각해 보자. 물리 교사는 이 학생의 관심을 이용하여 운동의 맥락에서 중력, 힘 그리고 가속에 대한 문제를 만들어 볼 수 있다. 교사는 다음과 같이 물어볼 수 있다.
"어떤 각도에서 얼마만큼의 힘으로 농구공을 던져야 6미터 떨어진 골대에 공을 넣을 수 있을까?"
이렇게 하면서 교사는 자신이 농구를 좋아하는 학생의 열정 및 상상력을 불러 일으켰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교사는 전형적인 물리 문제를 농구라는 화제로 둔갑시킨 것 말고는 한 일이 없다.
자, 질문을 조금 달리 해보도록 하자. "어떻게 던지면 농구공을 가장 잘 던지는 걸까?"
만약 학생이 정말로 농구에 관심이 있다면, 훌륭한 농구 선수들이 점프 슛을 하는 것을 수도 없이 봐왔을 것이며 그런 점프 슛들이 모두 비슷한 역학을 이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 이제 학생은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왜 그렇지? 공통점은 무엇일까?"
(......) 여기서 핵심은 학생이 어느 방향으로 찾아보든 더 많은 질문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학생이 할 수 있는 질문은 무한하다.
이러한 학습의 유형을 탐구라고 부른다. 탐구는 공부를 위한 동기와 공부를 유의미하게 만드는 제한조건을 제공한다. -112~113쪽
이러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학습법은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위의 농구공을 잘 던지는 방법을 알기 위해서 물리학을 비롯해, 역사, 수학, 해부학, 생리학 등의 여러 학문으로 뻗어나가는 것처럼 지식의 확장을 꾀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함으로써 앞에서 언급되었던 학습 공동체를 통한 상호간의 학습을 할 수도 있다.
또한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한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 냄으로써 상상력도 발달된다.
그리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또한 없어진다.
잘못된 질문을 한다고 해도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고,
질문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답이 틀렸다고 해도 맞는 답을 낼 수 있는 질문을 다시 만들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냥 그게 맞는 답인 것 같았어.'라는 말은 시험에서 다른 답 대신에 어느 답을 고르는 데 있어서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감 및 직관은 탐구의 질문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수용 가능할 뿐 아니라 바람직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게 나에게 재미있는 질문 같았어.' 또는 '어떻게 될지 한번 해보기로 했어.'라는 말은 완벽하게 의미가 통한다. 이는 탐구의 고가정이 결과에 상관없이 유용한 정보를 낳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향을 잘못 정했을 때 제대로 방향을 정했을 때보다 더 많이 배우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계속적으로 조금 더 좋은 질문을 하는 데 집중한다면, 탐구 과정에 더욱 깊게 들어갈수록 우리는 암묵적 차원에 의지하고 상상력을 더 사용하게 될 것이다. -114~115쪽
변화를 포용하는 법, 학습 공동체 참여를 통한 상호 학습법, 질문으로 상상력 확장하기.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여러 가지 새로운 공부법 중에서 크게 세 가지만을 내 나름대로 해석해 보았다.
책에는 이것 외에도 실험과 놀이 등을 통한 여러 가지 흥미로운 학습법을 소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20세기의 학습법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으면서도 학교 역시 하나의 교육환경을 뿐이며, 새로운 학습 환경과 어떻게 융합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검토하는 관점에서 책을 본다면 그것 역시 충분히 유용한 시간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서문에서 그것을 말해준다고 본다.
아직까지는 학교라는 공적인 기관이 이러한 역할을 다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새로운 공부 문화를 만드는 곳으로 탈바꿈되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책은 우리의 학교와 교사, 학생들이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공부에 대한 우리의 '이론'이 실패하고 있다는 가정 하에서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16쪽
마지막으로 공부란 무엇일까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주고 있다. 공부에 대해 여러 관점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는 그곳에서 공부가 시작된다. - 16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