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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의 탄생
  • 한종수.강희용
  • 13,500원 (10%750)
  • 2016-05-10
  • : 2,348

<강남의 탄생>  한종수 강희영 저


내가 기억하는 한 강남은 늘 한국의 중심이었고, 권력이었다. 자라면서는 8학군이라는 말로, 노량진에서 재수할 시절에는 대치동 학원가를 통해서, 대학에 가서는 강남에서 온 아이들을 보면서, 또 더 나이가 들어서는 강남이란 단어 뒤에 있는 금융, 부동산, 정치 권력을 뉴스를 통해서 보게 되면서 이 특정한 지역이 한국의 현실적인 중심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박원순시장이 처음 서울시장후보로 나왔을 때 강남 아주머니들의 네이버밴드를 통해서 전해지는 흑색선전을 보면서 이 지역의 선명한 정치적 색깔을 보게 된 기억이 있다. 또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나 “강남 1970” 그리고 최근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를 보면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서울의 개발 시대를 일부나마 보게 된다.


이 책은 강남이 영동이라 불리던 시절부터 지금의 강남이 되기까지의 역사를 도시개발의 관점에서 고찰한다. 두 저자의 정확한 배경은 모르겠지만, 추천사에 언급된 말들과, 책 안에 있는 상당히 자세한 자료들을 미루어 이 분야의 상당한 전문가인듯 하다.


1부 “강남 개발이 시작되다”에서는 개발 이전의 강남부터 개발초기까지의 강남의 역사를 살핀다. 이 책이 밝히는 바 강남의 본격적인 개발은 제 3한강교인 한남대교의 건설(1969년)로부터 시작된다. 이 다리의 건설을 통해서 강북에서 본격적으로 강남으로의 이동이 손쉬워지고, 강남은 1970년 전구간이 개통된 경부고속도로로 인해 강북과 지방을 연결하는 지점이 된다. 정부시책으로 시행된 수방 산업을 통해서 강남의 대규모 토지에 아파트들이 자리잡을 기반이 마련된다. 또한 정부의 지원과 강요로 강북의 명문학교들이 강남으로 이전되는 것도, 그리고 후에 8학군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는 교육 권력이 형성 되는 것도, 이 시기이다.


2부 “더, 더 커지는 강남”에서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이라는 계기를 통해서 강남이 폭발적인 성장 뿐 아니라 명실상부 서울의 실질적인 중심이 되는 과정을 그려준다. 이 시기에 잠실도 강남으로 편입되는 등 강남은 점점 더 확장되어 간다. 이때 이미 강북의 종로를 중심으로 한 구도심과, 영등포 도심에 이어 강남을 서울의 세번째 핵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안이 나오게 된다. 흔히 강남이라고 생각할 때 머리에 떠오르지 않던, 잠실, 코엑스, 남부순환로쪽까지 확장되어 포함되는 것이 바로 이 시기인 것이다. 저자들은 이시기에 분당까지 사실상 강남이 확대되어 나간다고 본다. 2부에서는 또한 강남의 얼굴인 소위 부촌들 – 압구정, 서초동, 청담동 - 을 살핀다. 폭탄주나 룸살롱 문화를 다루는 장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핀트에서 벗어났다는 느낌도 받는다.


역사적인 고찰은 2부에서 마무리하고 3부 “강남들”에서는 이제 서울 안에 있는 “다른 강남들”을 살핀다. 강남의 개발 역사와 여러모로 비슷한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 “또다른 강남”인 여의도, 단순 주거지역으로만 개발되어 “강북의 실패한 강남” 노원, 강서의 “성공한 강남”인 목동들 말이다. 이 책의 결론격인 짧은 마지막 장인 15장에서는 “강남의 영향”을 살피며 이 책을 마무리 하고 있다.


먼저, 흥미로운 정보로 가득 찬 책이다. 서울에 이십년 가까이 살면서 그냥 지나치던 지역들과 지명들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왜 강남에 영동이라는 이름이 그렇게 많은지, 또 왜 노량진에 강남 교회가 있는지.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왜 북쪽으로 창을 그렇게 정신없이 만들어 놨는지, 예술의 전당으로 가는 도로는 왜 그렇게 넓고 휑한지 등등. 서울에 처음 이사 와서 왜 “남대문”이 내가 살던 곳보다 한참 북쪽에 있는지 의아했던 걸 떠올리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 서울에 대한, 특히 강남에 대한 아주 좋은 설명서가 될 것 같다.


둘째, 좋은 근현대사 책이다. 물론, 한국의, 서울의, 전체를 개괄한 역사책이라는 뜻은 아니다. 특정 지역인 강남, 게다가 개발 역사에 집중한 책이다. 하지만, 강남이 한국사에서 가지는 핵심적인 위치와, 근현대사에서 개발이란 단어의 무게감을 생각해보자. 강남을, 개발에만 집중해서 보려고 했지만, 군데군데 한국 사회 전체에 대한 조망이 빠질 수가 없다.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그랬고, 아파트, 도심, 도로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렇다. 저자들의 말마따나 강남은 늘 확장해왔고, 비 강남은 늘 강남을 동경하거나 거기에 편입되기를 희망해왔지 않은가.


강남스타일에 대한 다소 피상적인 분석과 강남을 둘러싼 여러 문화현상에 대한 다소 뜬금없는 소희같은 몇 부분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지만, 그리고 저자들이 인정하듯이 강남의 미래에 대한 고찰은 생략되어 있지만, 위에 언급한 두가지와 또 다른 여러가지 장점들이 작은 아쉬움들을 훨씬 더 능가한다고 생각한다. 뉴욕, 엘에이, 본, 런던, 도쿄의 역사며 건물들의 이야기들을 더 잘 알고, 그 이야기들이 더 풍부하고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이 책이 내 사고의 방향을 조금 바꿔놓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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