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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汩利책방
  • 괭이부리말 아이들
  • 김중미
  • 12,420원 (10%690)
  • 2001-11-07
  • : 24,615

최근에 읽고 리뷰를 남긴 <<나는 이렇게 쓴다>>를 통해 저자 김중미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이라는 동화를 쓴 작가라고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글쓰기는 기술보다는 삶이라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저자 자신이 인천 만석동의 괭이부리말에서 공부방을 하며 경험한 것을 기초로 해서 창작한 것이라고 소개가 되어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 책에 대해서 수년전 많이 들어봤다. TV에서도 소개를 한적이 있고 베스트셀러라고 하여 여기저기서 듣기는 많이 들었는데, 그게 동화였는지도 인천의 실제 어느 동네 이름을 딴 제목이었는지도 몰랐다. 게다가 소설, 시, 동화같은 문학에는 관심이 없어서 읽어볼 생각도 못했다. 


여튼 이러한 기회로 이 책을 소개받고 난 후에 관심이 생겨 직접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 김중미는 스스로는 글쓰기에 대해서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겸손을 부렸지만, 글쓰는 솜씨가 여간이 아니다. 몰입도도 높고, 표현들이라던가, 내용의 전개가 아주 좋다는 생각을 했다. 삶의 경험에서 나온 글이라 생생하고 실제같은 느낌을 더 주었겠지만, 기술적인 부분도 상당하다고 느꼈다. 


동화의 배경은 인천 만석동 괭이부리마을이라는 판자촌이다. 내용은 동수 동준 형제, 숙자 숙희 자매, 숙자네 엄마, 명환이, 영호삼촌, 명희 선생님, 호용이와 숙자네 막내까지 한 가족같은 공동체가 형성되는 이야기이다.   

주된 인물은 숙자인듯 보이나, 두드러진 주인공은 없고 저자가 각각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려주는 형식이다. 괭이부리말에서 공부방은 운영했었다는 저자의 이력을 듣고 나니 작가의 페르소나는 명희 선생님과 영호 삼촌 인듯 보인다.


엄마가 도망가고 술꾼 아빠와 함께 사는 숙자 숙희 자매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빠가 빌고빌어 엄마는 다시 돌아왔지만 이 가정이 행복해지려는 찰나 빚을 갚으려 일에 매진하던 아빠는 현장에서 돌아가시고 만다. 두 자매의 단짝 친구인 동준이는 엄마 아빠도 없이 형 동수와 함께 사는데, 이 형은 만날 본드만 하는 사고뭉치다. 어리숙해 보이는 명호라는 친구와 함께. 우연한 기회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영호 삼촌이 동수 동준이 형제와 명호까지 거두어 살게 되면서 희한한 '공동체'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들의 마음을 사고, 친한 숙자 숙희는 매일 이 집에 와서 밥을 같이 먹으며 공부하고, 그렇게 아이들이 쉴 지붕이 하나 만들어진다. 숙자네 아버지가 돌아가신 장례식장에서 영호삼촌은 초등학교 동창인 명희 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동수 상담을 부탁한다. 가난이 지긋지긋했던 명희 선생님은 이 만남을 통해서 이 마을 아이들에 대한 자신의 선입견을 알게 되고,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동수를 따라서 본드를 빨던 어리숙한 명환이는 제빵을 배우기로 결심하고, 동수는 공고에 들어가고 공장에 취직한다. 이런 이상한 공동체 소문을 듣고 여기에 '맡겨진' 호용이와 새로 태어난 숙자네 막내까지 이 공동체에 합류한다. 


이 동화의 맥락과 삶의 수준은 좀 다르지만 최근에 본 JTBC 드라마 "유나의 거리"가 떠올랐다. 근래에 보기 힘들었던 따뜻했던 드라마로 기억이 남아 있다. 무언가 하나씩 문제가 있고, 상처로 가득한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계기로 한 "가족"을 이루어 살게 되는 이야기. 파편화되고, 개별화된 사람들의 마음에 계속해서 공명하는 공동체라는 단어때문일 것이다. 개발이라는, IMF라는 국가의 이야기 뒷편에서 부서지고 상처 받은 아이들이 서로 엉겨 이뤄낸 공동체 이야기이다. 


가난한 마을이라고, 그 마을에 사는 아이들이라고 저자가 그려내듯 다 이렇게 애틋하고, 순수하고, 낭만적이지 않을 것을 안다. 책으로 읽을때와 달리 내가 실제로 마을의 입구에 들어선다면 현실의 냄새는 더 견디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 저자가 그려낸 괭이부리말 아이들 이야기는 희망의 이야기로 읽기로 하자. 문학은 삶을 그려내는 그림일 수도 있지만, 삶을 변화시키는 도구이기도 하지 않은가. 겨울 토양을 깨고 싹을 틔운 봄의 꽃들처럼, 어려운 현실이라는 삶을 비집고 일어서는 명희 선생님, 영호삼촌같은 어름들, 동수 명호 같은 형누나들, 숙자 숙희 동수 같은 아이들, 그리고 호용이와 숙자네 막내 같은 다음 세대들이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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