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과 전문의인 정우열이 쓴 책이다. 이분은 엄마가 아니라 아빠지만, 두 아이를 키운 사람이다. 게다가 수많은 엄마들을 상담하면서 배운 케이스가 상당히 많다. 난 아빠지만, 아이를 같이 키우게 되면 이 책에 기록된 여러가지 감정들을 느끼게 될 것 같다. 엄마 아빠가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주 양육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느낄 감정이기 때문이다.
크게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육아감정". 2장 "엄마에겐 감정이 많아도 너무나 많다". 3장 "서툰 육아 감정에 나를 잃어가는 엄마들". 4장 "감정적이어도 서툴러도 당신은 이미 충분히 좋은 엄마"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다. 각 장들은 또 그 안에 한두페이지씩의 짧은 글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시간날때 아무곳이나 집어들어 읽어도 별 문제 없다. 나는 이 책을 하루에 열페이지정도씩 조금씩 읽어나갔다.
결혼한 친구들이 하는 말 중 가장 낯설었던 것이 바로 "아이를 너무 사랑하는데 그만큼 아이가 밉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런 양가적인 감정은 어디에 말할수도 없고, 많은 경우 그 감정을 경험하는 자기 자신도 그것이 무슨 감정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엄마만 느끼는" 그리고 당사자인 엄마도 정확하게 모르는 육아감정을 다룬다.
대부분의 감정은 아이에 대한 감정이라기보다 엄마 자신에 대한 감정인 경우가 많다. 엄마 자신의 불안감, 성장기의 경험, 죄책감, 그리고 미해결된 여러 감정등이 아이를 통해 투영되는 것이다. 따라서 엄마가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 보는 것 만으로도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을 저자의 상담 경험을 통해서 말해준다.
여러 인터넷 매체나 블로그등을 통해서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적 상황도 있다. 인터넷에 그려진 남들의 삶은 완벽하고, 더 없이 이상적으로 보이는데, 자신의 양육방법이나 과정에 만족하지 못하는 엄마들도 많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장은 그런 의미에서 많은 엄마들에게 힐링이 될 듯하다.
이론적인 전개가 아니라 정신과의사로서 상담한 케이스들을 통해서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읽기에 어렵지 않다. 한번정도 정독하고, 시간날때 여기저기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엄마뿐 아니라 주 양육자가 된 아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