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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汩利책방
  •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 공지영
  • 12,960원 (10%720)
  • 2009-11-12
  • : 2,308

나는 공지영씨의 책은 한권 밖에 읽지 못했다. 제작년엔가 읽었던 쌍용차 사태를 다룬 소위 르포르타주인 <의자놀이>였다. 그 책을 통해서 쌍용사태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게 되었고, 작가인 공지영씨의 필력에 또 놀랐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나는 그녀의 작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영화로나마 접한 적이 있다. 사람에 대한 관찰이 뛰어났었고, 용서나 그런 것들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역시 그녀의 원작인 <도가니>는 보지 않았다. 감정소모가 너무 강하게 될 것 같아서 지금까지 피해두고 있는 영화중 하나이다.



이번에 우연치 않은 기회로 그녀의 <수도원 기행>을 읽게 되었다. 최근에 한국에 있는 수도원을 다녀와서 쓴 책이 있다던데, 내가 읽은 책은 2000년에 그녀가 유럽에 있는 수도원들을 다녀와서 그 감회를 기록한 책이다. 한 달여 남짓하는 기간 동안 프랑스, 스위스, 독일 등에 있는 여러 수도원들, 주로 “봉쇄 수도원”이라 불리는 곳들을 다녔단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 종교에 대한 이야기등을 적어 놓았다.  참고로 내가 읽은 판은 2001년에 김영사에서 나온 판인데, 이게 오픈하우스에서 재출간된것으로 보인다. 두 출판사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아르정탱 수도원, 솔렘 수도원, 테제 공동체, 오뜨리브 수도원, 림부르크 수도원 등. 18년만에 가톨릭으로 돌아온 탕아로 자신을 묘사하는 공작가는, 이 거룩한 장소들을 방문하면서 손쉽게 종교적인 감상으로 빠지지 않는다. 여전히 세속적인 시각들, 까칠한 신도로서의 관점을 놓치지 않는다. 어느정도는 내부에 속하면서도, 여전히 외부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 가장 전통적인 종교집단인 가톨릭의 가장 고립된 수도원을 관찰한다. 그런 그녀가 선 고유한 자리에서 나오는 관찰들이 흥미롭게 읽힌다.



에세이집이어서 그런지 책은 쉽게 읽힌다. 글의 흐름도 매끈하고, 장소에 대한 기록에서 자신의 감정으로, 예전의 기억으로, 다시 방문한 장소로 돌아오는 서사도 흡입력있게 전개된다. 공지영이라면 유럽의 수도원이 아닌 다른 곳에 갔었더라도 이정도의 소회는 해내지 않았을까 하는 삐딱한 생각도 해본다.



수도원이라면 한국의 태백에 있는 예수원 밖에 모르는 한 개신교인으로서 그녀가 기록한 수도원에 대한 묘사들은 방문하고 싶은 흥미를 돋운다. 무언가를 위해서, 초월적인 대상을 위해서 자신의 평생을, 그리고 자신의 자유를 제한하고 한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삶의 복잡함 보다는 극도의 단순함을 추구하여 자신을 가둔 이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누구에게나 있지 않은가? 그러나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예수원에 갔다가 하루만에 탈출해서 동해바다를 보러 갔던 내 어린시절의 기억을 되돌아보면, 나이를 십수년이나 더 먹은 지금도 섣불리 갔다가는 봉쇄는 고사하고 인터넷의 바다에 빠져서 나갈 시간만을 기다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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