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 수 없는 배> 우석훈
<88만원 세대>, <성숙 자본주의>의 저자 우석훈의 책이다. 2014년 4월 6일 세월호 이후 그 사건에 대한 깊은 차원의 고찰이다. 세월호 사태의 배후에서, 이 비극을 일으킨 한국 사회의 전체 시스템과
불합리한 경제제도에 대한 고찰을 한다.
1장은 유령선이 되어 버린 대한민국에 대한 은유로서의 배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서 2장은 4월16일 세월호 사건에 대한 기록이며, 이 사건을 벌어지게 한 사회적
맥락에 대한 보다 깊은 분석을 위한 준비가 된다. 3장은 위험요인을 떠안으면서도 세월호 같은 배가 계속
운행되는 어처구니 없는 제도에 대한 분석을 한다. 마지막으로 4장은
미래적 제안이다. 여기서 공공성에 대한 제안이 등장한다.
세월호 사건 이후의 논의에서 그가
주목한 기이한 현상은 이 모든 사회적 논의에서 배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작년 여름, 그러니까 세월호 사건이 벌어지고 난 일년후에 그가 관찰한 것인데, 이
배에 대한 논의의 부재라는 현상은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배가 바다에서 일어난 사건인데 왜 정작
“배” 이야기가 안 들리느냐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배”는
두가지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공공교통으로서의 배이다. 세월호가 왜 불안과 위험요소를 끌어안고서도
계속해서 운행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세월호 사건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런 식의 운영은 계속될
수 밖에 없는지 정책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그 중 하나로 강력하게 지적하는 것이 신자유주의로 인한 강력한
민영화 드라이브이다. 그는 민영화도, 준공영제도 답이 아니라고
보고 연안여객체계를 포함한 대중교통을 완전공영제로 전화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둘째, 한국 사회 구조 전체에 대한 은유로서의 배이다. 한국사회는 어쩌다
이렇게 마치 로마시대의 갤리선처럼 누군가가 배의 밑바닥에서 노를 저어야 가는 구조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 희생당하는 자들은 사회적으로 약자인 강남이 아닌 지역의 고등학생들이 되었는지 질문한다. 이렇게 계속해서
죽음을 몰고 다니는 마치 유령선같은 한국사회에, 우리는 마치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듯이, 내릴 수 없게 되었다.
그가 제안하는 세월호에 대한 충분한
사후대책은, 역설적으로 예비대책이다. 다시는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를 다잡고, 한국사회의 기본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공공이 제공해야 할 분야를 공공에 돌리는 것. 생명의 가치를 경제가치보다 위에 두는 것. 저자의 제안은 즉각적이라기보다는 근본적이다. 오래 걸리지만, 해야 하는 것이다. 동시에 그의 제안이 공허하다거나 이상적인것은
아니다, 신안군의 버스공영제를 논하는 경우에서처럼 저자의 연안여객의 공영제 제안은 충분히 현실실현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를 주로 다룬 책이지만, 이를 통해서 생태경제학자로서 우석훈의 목소리도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어처구니
없는 제도적 허점때문에 유령선과 같은 배가 침몰했다면, 그리고 구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음에도 수백명의
목숨이 희생되었다면, 그 이후에 무언가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석훈의 지적처럼 상황은 더 안 좋아질것이고, 우리는 잊을 것이다. 이 사건 기저에 있는 근본적인 사회적 제도, 변화방향등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책이 그것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