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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a1010님의 서재
  •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 할런 코벤
  • 14,220원 (10%790)
  • 2022-09-05
  • : 595




감상

 

소아과 의사 데이비드 벡에게는 절실하게 사랑했던 아내, 엘리자베스가 있었다. ‘있었다’고 과거형으로 표현한 이유가 있다. 엘리자베스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8년 전 그녀는 죽었다. 첫키스를 한 둘만의 장소- 샤르메인 호수. 첫키스를 기념하기 위해 방문한 호수에서 그들은 괴한의 급습을 받았다. 벡은 간신히 살아났지만, 아내는 괴한에게 납치되고 만다. 이후 시체로 발견된 엘리자베스. 그녀를 살해한 자는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으로 밝혀졌다. 체포된 살인자는 현재 수감 중이다.

 

그 후 8년이 지났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벡은 죽은 아내를 그리워한다. 그는 여전히 비탄에 젖어 있다. 후회와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다. 아내를 잊지 못한 채 살아가는 벡. 그에게 어느 날 한 통의 메일이 도착한다. 그 메일은 아내가 보낸 것이었다. 8년 전에 죽은 아내가. 엘리자베스는 이런 메시지를 남긴다.

 

그들이 보고 있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아내는 정말 살아 있는 걸까? 그때 죽은 게 아니었던 말인가? 한편 벡은 경찰의 연락을 받는다. 경찰은 샤르메인 호수에서 시체 두 구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어서 현장에서 함께 수거된 둔기에는 묻은 피는 그의 것으로 확인된다. 설상가상으로 벡의 뒤를 의문의 집단이 쫓는다. 목숨을 노리는 정체불명의 집단. 그들은 도대체 누군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는 흥미진진한 미스터리가 가득한 소설이다. 아내의 죽음에 얽히고 가려진 비밀들이 연쇄적으로 맞물리며 진행된다. 주인공 벡의 심리에 동조되어 사건의 진행을 따라갔다. 긴박감 있고 스릴 있는 전개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벡이 위기에 처하고, 그 위기를 극복하는 장면 하나 하나가 높은 동조감을 형성했다. 벡에게 동조감을 형성할 수 있었던 요인이 있다. 그에게 더 몰입하고 감응할 수 있었던 것은, 벡이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벤은 평범한 사람이 급작스러운 상황에 처했을 때의 대처나 반응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누군가에게 쫓기고 또 추적에서 벗어나는 장면은 현실적이었고, 현장감이 생생했다. 적어도 우연이 남발되거나 개연성이 없는 부분은 거의 없었다.

 

가장 몰입했던 부분이 있다. 벡이 경찰을 폭행하고 용의자로 몰렸을 때다. 지명수배자가 되어버린 벡. 그땐 어떻게 위기를 벗어나나 걱정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있다. 어쨌든 벡의 행동은 잘못됐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아무 죄 없는 경찰을 폭행했고, 그 사실을 무마하려고 했다. 개인적으로 벡이 그 경찰에게 개인적으로 사죄를 하는 부분이 들어갔어야 하지 않았나, 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 소설이 현실성이 있다고 본 이유가 또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전형적이지 않다. 역할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얘기다. 벡을 의심하고 용의자로 주목했던 FBI 요원 칼슨. 그는 벡이 범인이라는 추측에 제동을 건다. 칼슨은 제시된 증거와 상황이 지나치게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는 벡이 범인이 아닐 가능성을 상정하고, 진짜 범인의 정체를 찾는다. 이 또한 현실적이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칼슨이란 인물이 신선했다. 칼슨 뿐만 아니라 모든 인물들의 행동에는 합리적인 개연성이 있다. 뜬금없다고 생각되는 뜻밖의 조력자도 등장의 이유와 목적이 있었다. 입체적인 캐릭터 덕분에 소설의 핍진성이 더 두드러지는 느낌이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는 스릴러 소설이다. 하지만 난 이 소설이 로맨스 소설로서의 요소도 있다고 본다. 소설의 근간에는 매우 절실하고 맹목적인, 벡과 엘리자베스 두 사람의 사랑이 있었다. 죽음조차 갈라놓을 수 없는, 굳건한 사랑. 그랬기에 벡은 메일만 보고 모든 것을 다 걸었다. 누군가에게 쫓겨도, 죽음의 위기에 직면해도 한결같이 엘리자베스를 믿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움직였다. 진상을 조사하다가 아내의 부정이 추가로 확인됐을 때조차, 그는 그 사실을 믿지 않는다. 엘리자베스가 결코 그럴 리가 없으니까(나는 믿었다……). 엘리자베스 또한 벡을 사랑한다. 그를 사랑했기에 죽음을 무릅쓰고 위기를 자처했다. 두 사람의 일관적이고 헌신적인 사랑. 그 사랑이 이끄는 소설의 결말이 어떨지 궁금하지 않은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는 넷플릭스 영화로 제작이 결정되었다. 원작이 워낙 탄탄하니까, 소설의 내용을 충실하게 재현만 해도 성공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영화가 기대된다.

 

 



 

덧.

 

소설의 메인 빌런 중 하나로 한국인이 등장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북한 사람이다. 묘한 억양을 쓰는 생기 없는 눈빛을 가진, 에릭 우. 극한으로 단련한 손을 무기로 삼는 사람. 그의 등장 때마다 긴장했다. 공포감이 들어서!

 

2. 벡의 구원자이자 믿음직스러운 동료 타이리스. 그는 마피아이자, 빈민가 출신이다. 의사이자 백인인 벡과는 도무지 인연이 없을 종류의 사람이다. 한데 벡은 타이리스 덕분에 킬러들에게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로도 타이리스는 벡을 헌신적으로 도운다. 타이리스가 벡을 도운 이유가 있다. 타이리스가 아들 티제이를 학대했다는 혐의를, 벡이 벗겨주었기 때문이다.

같은 병리학적 케이스의 아이 둘. 한데 백인 아버지의 경우 의심받지 않고, 반면 흑인 아버지는 수갑을 채우는 현실. 다행히 벡은 편견과 차별에 좌우되지 않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 그 덕분에 벡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선행이 이렇게 보답 받은 것이다. 우리 모두 편견에 치우치지 맙시다!!

 

3. 제목처럼 정말 벡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을까? 엘리자베스가 분명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랬는데……쉿!

 

 

인상깊은 구절

 

하지만 삶의 대부분의 문제는 그런 선택의 도마 위에 놓인다. 문제는 회색지대에 몸담는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p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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