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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관점을 바꾸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와 언어 장벽에 상관없이 보편적 차원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결국 입장 바꾸기다. 차이의 비밀을 풀어내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며 할 수 있는 가장 활력 넘치는 일 중 하나다. (10)
아시아계 최초의 프랑스 장관에서 스타트업 투자자로 경계를 허물고 한계를 뛰어넘는 플뢰르 펠르랭의 시간들
생후 6개월에 프랑스의 한 가정에 입양가게 된 아이. 종숙에서 플뢰르가 되어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한켠에 남아 있는 그녀 안의 상처. 남들과 다른 외모에 튀지 않으려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 부모의 믿음으로 교육이라는 기회를 잡아 대학에 입학하며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나가며 사회로 나오면서 계층 이탈자를 경험한 그녀. 그녀가 구현하는 사회로 한 걸음씩 나아가며 장관직에 올라 40년 만에 방문하게 된 한국. 한국인들의 열광스런 환대에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는다.
행복했던 어린 시절, 부모님의 믿음 속에서도 한 켠에 남아 있던 불안과 상처, 수치심을 인정하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모습에 뭉클해지면서도 참 인상적이었다. 장관직에 올랐지만 성공만 눈 앞에 있지 않았고, 여러 우여곡절을 넘기며, 이후 장관직에 내려와서도 스타트업 투자자로 자신만의 길을 우직하게 걸어나가는 모습이 참 멋져보였다.
내 철학은 행동과 그 결과에 기반을 두었다. (80)
장관으로 방문한 한국에서의 경험에 이어, 소중한 인연으로부터 다시 시작된 한국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자신과 한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모습을 보며, 그녀의 진솔한 마음이 내게 닿는다. 자신이 나아가야할 방향,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의 모습에 그녀의 자세를 배우게 된다.
한국인은 나를 한 개인으로서 자랑스러워하고, 나는 한국인이 자랑스럽다. 이것이 이 이야기의 반전이다. 내 수치심은 사라졌고 우리의 운명은 얇은 트레이싱페이퍼 여러 겹을 포개 그린 조화로운 그림처럼 겹쳐 있다. 보이지 않는 여러 개의 선이 만나 한국과 나 사이에 무언가 중요한 것, 유전자로 정해지지 않은 것이 만들어지고 있다. 유전자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이 그냥 주어진 것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선택이다. 멀어짐과 망각, 무관심의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다시 만나는 선택을 했다. 서로를 알아가는 법을 다시 배우는 한편 의식적으로 의지를 갖추고 만들어가는 관계에도 마음을 연다. 또 자유를 누리면서 공동의 미래를 위한 수많은 계획을 설계한다. 자기 운명을 뿌리와 화해시키는 방법으로 이보다 더 아름답고 평화로운 것이 있을까. (183)
[김영사 서포터즈 활동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