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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우리의 조상과 동물, 환경, 그리고 현대 세계에서 우리가 인정해온 것과는 다른 생명의 계통수를 만나기 위한 먼 과거로의 긴 여정이다. (24)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 고인류학자들의 끝없는 모험
이것은 440만 년 전 화석종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 일명 '아르디'에 대한 이야기다. 그 전에는 가장 유명한 인류 조상은 루시였다. 전례가 없던 우리 시대의 주요한 발견, 아르디. 그 오래된 여정을 『화석맨』과 함께 따라가보자.
아르디 이전 유명한 인류 조상이었던 루시는 320만 년에 살았던 작은 몸집에 작은 두뇌와 유인원스러운 주둥이를 지녔던 직립보행 인류의 화석으로 1974년에 발굴되며 고인류학계의 가장 놀라운 발견 중 하나였다.
그리고 1993년 루시보다 오래된 인류 조상종의 모식표본이 될 치아가 발견되면서 440만 년간 묻혀 있던 새로운 화석 아르디가 세상에 나오게 된다. 아르디는 산림지대에 살던 종으로 유인원 크기의 뇌와 다이아몬드 모양의 송곳니, 그리고 이상한 직립보행을 보였던 유인원과 인간의 특징이 조합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인류였다. 아르디의 첫 화석인 치아를 발견한지 17년, 나머지 뼈 화석을 발굴한 지 15년 만인 2009년 드디어 아르디 전신 골격 화석을 공개하며, 아르디의 등장을 알리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사박물관을 관람하며 화석에 대한 호기심을 가졌던 화이트, 그의 호기심과 열정이 집념이 되어 전문가가 되고 인류의 기원이 될 아르디를 발견해내는 과정이 참 대단했다. 그리고 이건 결코 한 사람만의 발견이 아닌, 탐사 대원부터 시작해 각자 자기 분야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연구에 따른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에티오피아의 혁명과 전쟁의 혼란의 시기 속에서 쉽지 않은 발굴 과정부터 시작해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끈기있게 기다리고 시도하는 모습과 결국 아르디의 화석의 발굴을 맞이하며, 나도 같이 발견의 전율을 느끼는 듯 했다. 이 과정들이 소설만큼, 아니 소설보다 더 극적인 연출을 하며 두툼한 분량임에도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아르디의 머리뼈, 발가락뼈, 골반뼈 등 부분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하며 밝혀내는 과정이 마치 추리소설의 범인을 찾듯, 범행의 이유를 찾듯 미스터리의 조각들을 하나씩 풀어헤치며 진화의 비밀이 하나씩 캐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르디의 발표에 따른 각종 비난과 비판 등 크나큰 반향을 일으켰다. 학자들이 이론을 주장하고, 그 이론이 틀렸음이 증명하는 이런 크고 작은 논쟁과 비로소 그 주장에 동의하게 되는 그 과정 또한 스펙타클했다.
이렇게 새로운 종의 발견으로 뻗어나가는 가능성과 차츰차츰 쌓아 올라가는 세계가 신비롭고 신기했다. 지구의 탄생부터 생각해보면 과학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하며 경이로운 듯하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남아 있다.
아르디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화석 기록이 없는 구간을 메우기 위해 고안된 단순한 내러티브는 틀리기 쉽다는 사실이다. 많은 학자들이 동의한다는 사실이 과학에서 항상 옳은 예측 결과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것, 그러니까 인체해부학, 멸종동물 화석, 유인원행동학, 유전자, 고생태계 등에서 드러난 새로운 모습을 그 시대가 요구하는 기대치에 맞춰 왜곡하지 않으면서 설명하려면 인내심이 필요했다. 하지만 인간은 자고로 순수한 설명 그 이상을 갈망한다. 의미와 감정적인 만족감을 주는 결론을 원한다. 이때 우리는 길을 잃고 방황한다. 내러티브에 대한 갈망이 자주 사실에 대한 이해를 넘어 그 이상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친숙한 비유를 채택한다. 하지만 자연은 우리 뇌가 상상하는 것보다 복잡할 때가 많다. 확실히 알고자 할 때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발견하는 것뿐이다. (545)
[김영사 서포터즈 활동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