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흘리던 시절에는 엄마가 커피를 마실 때면 한 모금만 달라고 사정해야 했다.
내성적이었던 나는 달라달라! 말하기보다 주로 계속 쳐다봤던 것 같다.
키 안 큰다고(?) 진짜 조금 주셨는데. 조금이라서 그런지 정말 맛있었다!
초등학교 때는 집 근처 슈퍼의 자판기에 300원인가 200원인가 넣고 블랙커피를 뽑아 먹은 적이 있다.
입에 한 모금 넣고 다시 뱉었다. 그때 나는 왠지 음식은 얻어먹거나 훔쳐 먹는 게(?) 더 맛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는 교무실에 아무도 없으면 친구들이랑 선생님 사탕 통에서 몇 개씩 꺼내 한입에 처넣고 먹었는데
역시 홍삼 캔디는 하나씩 먹어야 한다.
이 책의 ‘엄마’도 커피를 훔쳐 드셨다.
할머니 방에 커피가 있었는데 이 할머니는 며느리와 일꾼이 먹을거리를 축낼까 봐 아까워하셨다고 한다.
할머니의 마음도 이해가 되지만, 엄마도 훔칠만했다. 엄마는 일본에 온 후로는 끽다실 르누아르라는 커피집에서 커피를 마셨다. 옆 테이블과 간격이 넓어 공간이 여유로웠다고 한다.
그렇게 커피를 좋아하는 엄마가 아팠고 호스피스에 입원했다. 모르핀 때문에 오락가락한 정신이지만 커피는 드실 수 있어서 엄마의 삶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저자. 엄마와 커피를 마실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말이 참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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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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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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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도리 카구라의 파운드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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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스무 살 생일에도 우리는 인도 음식점을 찾았다. 엄마는 축하 인사를 끝내기 무섭게 말했다. “스무 살이 되었으니 네가 원하는 대로 살아도 돼. 그렇지만 네 인생에 책임을 지는 것도 너란 걸 잊지 마.” 준비된 말투였다. 엄마는 이날을 오래 기다려온 듯했다. 나는 토를 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40~41p
-> 분명히 준비하셨다. 이 녀석 생일에 이 말을 해야지. 더 길게 하기보다 이렇게 말하는 게 더 효과적일 거야.라고 분명히 구절 계산해서.
“남자 친구를 사귀어도 돼. 집에 안 들어와도 돼. 하지만 네가 어디 있는지는 엄마한테 꼭 알려줘.” 41p
-> 이건 거짓말이다. 남자 친구 있다고 말하면 그 뒤로 백번 넘게 같은 질문을 당해야 한다. 그 질문에 짜증을 내면 안 된다. 그럼 다시 시작된다. 집에 안 들어가는 건 더더욱 안 된다. 진짜 큰일 난다. 다 커서 맞을 수도 있다. 커서 맞아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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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사실이다. 저자의 어머님이 똑똑하신 분이 확실하다. 오늘 내 짝꿍의 남자친구가 짝꿍보고 "넌 섹시하지 않다."라고 말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짝꿍의 남친께서 아직 짝꿍의 책 읽는 모습을 못 봤나 보다. 섹시는 덩실덩실 춤추는 것에도 있지만 책에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짝꿍의 남친은 걷잡을 수 없는 그녀의 섹시함에 빠질 것이다.
“어제 가게에서 어떤 사람이 엄마한테 담배꽁초를 던지고 갔어.” 가게 경영주들 중에서는 한국인인 엄마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텃세를 부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자신이 한국인이란 사실을 숨기는 것이 더 좋을지 고민했다. 46p
->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맞아도 된다. 비폭력을 인생의 모토로 삼지만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주먹 쥐고 한 대 갈겨도 된다고 믿는다. 평균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어린 나이였다 하더라도 그 나이의 고민이 있다. 초딩 때는 일기 안 썼다고. 중딩 때는 친구랑 싸웠다고.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엄마의 삶에도 우리가 하는 고민 못지 않은 고민이 있다는 걸 왜 자주 까먹을까.
손님들은 배가 고파 찾아왔고, 사람이 그리워 찾아왔다. 122p
나는 가게를 찾을 때 외로워서 찾은 적이 없는데….
책에 나오는 그 외로운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사람 좋고 자유롭지만 한편으로는 약한 사람이었다는 엄마.
<엄마의 도쿄>의 엄마는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되게 좋은 사람이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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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지키기 위해 엄마가 기도하며 보냈던 그 시간을 안아주고 싶다.